中 총리가 방한해 국내 재벌 중 유일하게 찾은 총수…이 사람이었다

이재용·리창 면담
19년 만에 재회 가져
삼성의 대(對)중국 협력

윤석열 대통령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져 “양국이 앞으로도 계속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동이익을 추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재벌 총수와의 단독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서 화제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리창 총리와 만났다는 총수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이재용 회장은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다. 이날 양측은 삼성과 중국의 상호이익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창 총리는 이재용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 방문해 면담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가 방한 기간 중 국내 기업과 별도 면담을 진행한 건 삼성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이목이 쏠린다.

더 놀라운 점은 이들의 만남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05년 이들은 이미 한 번의 만남을 가졌고, 이날 19년 만에 한국에서 재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 2005년으로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가 방한했을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과 만났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이 지난해 중국 발전 고위층포럼에 참석하는 등 중국 핵심 관료들과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리창 총리 역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진행된 리창 총리와의 면담에서 양측은 상호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신라호텔 방문에 앞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리창 총리는 “양국이 앞으로도 계속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동 이익을 추구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중국 외교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이 “중국 정부가 삼성의 중국 내 생산과 경영에 제공한 큰 지지에 감사한다”고 밝히며 “삼성은 중국에서의 발전을 견지하고,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기업이 되고, 한중 상호 이익 협력에 계속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여기에 화답하듯 리창 총리는 “삼성의 대중국 협력은 양국 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고 언급하며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대중국 투자·협력을 확대해 중국의 새로운 발전이 가져다준 더 많은 새 기회를 함께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코로나19 기간 중국 정부의 배려에도 이재용 회장은 감사를 표했다. 이재용 회장은 리창 총리를 향해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을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기간 당시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 중국 출장 직원을 위한 전세기 운항 허가, 시안 봉쇄 기간 중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생산 중단 방지, 상하이 봉쇄 기간 중 삼성SDI 배터리 핵심 협력사 조기 가동 지원 등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정부가 삼성을 향해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려고 직접 나설 정도로 삼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리창 총리의 경우 삼성그룹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창 총리는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에 참석하는 삼성전자 부스를 첫 회부터 매년 찾고 있으며, 이에 대해 “수입박람회에 1회 때부터 6년 연속 부스를 방문한 회사는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은 이미 훌륭한 기업이지만 중국에 왔기 때문에 더욱 잘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삼성 역시 이에 화답하듯 중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은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기업 CSR 평가 순위에서 2013년부터 11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 내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중·고·대학생 대상 과학경진대회 ‘Solve for Tomorrow’와 과학기술 분야 우수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 12~16세 여학생 대상 ‘삼성 STEM 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부빈기금회(빈곤퇴치기금)와 농촌관광사업을 육성해 마을 자립을 돕는 ‘나눔 빌리지 사업’도 진행한 바 있다.

한편,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중국 리창 총리를 만난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7일 이재용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의 첫 준비 기일이 시작된다. 이는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재용 회장이 유리한 방향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지난 2월 진행된 1심에서 이재용 회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를 불복한 검찰이 사흘 만에 항소하며 이날 항소심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