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민자역사에 SM그룹 사무실 입주
10년 넘게 소송전으로 방치된 건물
‘귀신 출몰’ 괴담에 휩싸여
신촌 메가박스는 SNS에서 ‘귀신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관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두 명만 타도 ‘정원초과’라 나온다든가 영화 끝날 때까지 스크린 쪽이 아니라 영사기 쪽만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를 봤다는 등 괴담이 퍼졌다.
사람들은 ‘건물 상태’ 때문이 이곳이 괴담의 중심이 됐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로 건물 정면에는 ‘유치권 행사’라는 내용이 담긴 천막이 걸려 있었고, 일부 층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은 바로 신촌역 민자역사다.
최근 SM그룹은 이 건물 2~4층에 해운사업부의 SM상선, 대한해운, 대한상선, 창명해운 사무실을 입주시켰다.
그룹 측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후 지난달 15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SM그룹 소유였던 것일까?
동대문 패션의 대중화를 이끈 종합쇼핑몰 ‘밀리오레’를 운영하던 성창F&D가 2004년 신촌 민자역사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신촌역사를 상대로 30년치 임대사업권을 따냈고, 2년 뒤 민자역사가 문을 열었다.
당시엔 수도권 전철 경의선 개통 이전이었고, 당대 서울에서 제일 부흥하던 번화가 신촌과 이대 상권의 중심이라 민자역사의 흥행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상권은 저조했고, 성창F&D가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신촌역 복선전철화 계획도 실현되지 않았다.
성창F&D는 투자자들이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소송에 패소하며 188억원을 물어주게 됐고, 이에 성창F&D는 ㈜신촌역사에게 먼저 낸 임대로 10년치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이 체결한 임대차 계약은 결국 2014년 해지됐으나 이후 성창F&D가 파산 절차를 밟았다.
이 같은 소송을 겪으면서 민자역사는 10년 넘게 방치된 상태였다.
한창 유치권 분쟁이 살벌하던 시기에는 민자역사 앞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고 “분신할복”, “X자식들아 같이 죽자” ,”다죽자” 같은 살벌한 문구들이 현수막으로 걸려 있거나 래커로 칠해져 있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구세주처럼 SM그룹이 등장했다. SM그룹은 신촌역사 지분 100%를 200억원에 인수하면서 2036년까지 1~4층 상가 운영권을 확보했다. 민자역사 건물이라 소유권은 한국철도공사에 있다.
기존엔 2021년까지 민자역사를 리모델링해 임대주택과 주민편의시설을 갖춘 ‘역세권 청년주택’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흐지부지 됐다.
약 5년 만에 한산했던 건물에 사람이 들어오면서 신촌·이대 상권의 재기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촌·이대 상권의 공실률은 18.3%다.
이는 지난해 2분기의 9.0%에서 거의 2배 증가한 수치이며, 소규모 상가 다섯 군데 중 하나가 비어 있다는 뜻이다.
신촌·이대 상권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임대료가 꼽혔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홍대 상권인 마포구 서교동은 2021년 1분기 14만 8,284원에서 지난해 1분기 19만 553원으로 28.5% 올랐다. 반면 서대문구 신촌동 임대료는 같은 기간 12만 8,423원에서 17만 3,821원으로 35.4%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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