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기자간담회 발언
경제·반도체 업황 지적
정부·국회 ‘생각’ 일침
지난 2일 서울 남대문로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한국 경제와 반도체 시장을 향해 ‘쓴소리’를 보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84년 설립되었으며 법정 경제단체로 분류되며, 정부와 경제계 간 사이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는 중추적인 기관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현재까지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모든 사회 구성원이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할 때”라며 “저성장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떠안게 된 만큼 이제는 새로운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연 2% 안팎으로 대폭 떨어진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고 기업과 시민사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SK 그룹의 회장으로서의 말보다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전달할 말부터 시작했다. 최 회장이 겨눈 타깃은 정부와 정치권으로 그들을 집중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최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힘을 합쳐 경제에 미치는 법과 규제를 좀 더 합리적이고 포용적으로 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법과 규제를 제정할 때 경제적으로 어떤 임팩트(영향)를 가할지 별로 생각을 하지 않고 임할 때가 많은 것 같다”며 “(정부와 국회는 양자택일 상황에서)선택하고 결정을 내릴 때 득과 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저출산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그리고 노동 개혁은 다른 이슈와 같이 보이지만 사실 모두 맞물려 있는 문제다”라며 “아무리 시급한 사안이라도 (성급한 결정 보다)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부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다양한 부문의 이야기가 오갔다.
반기업 정서와 관련하여 최 회장은 “사회 곳곳에 팽배하고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완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노력하겠다”며 “많은 사람이 ‘나도 기업 할 거야(기업을 만들 거야)’라는 마음을 품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민간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93.6%에 달했다. 한국에 깊게 뿌리내린 반기업 정서에 최 회장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개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더하여 오는 11월에 펼쳐질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 “누가 대통령으로 뽑히든 말든 미국의 근간을 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법 개정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취합하는 만큼 지나치게 걱정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SK 회장’으로서 그룹 주요 현안과 관련해 설명을 이어갔다.
반도체 업황과 관련하여 “작년에 너무 안 좋은 기록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좋은 상황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매출 12조 4,296억 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조 8,860억 원을 선보여 호황을 맞이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전년 기록 대비 호황인 것처럼 보일 뿐,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 업황이 롤러코스터를 계속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설비와 관련해 투자를 얼마나 더 이어갈 것이냐가 업계의 숙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화제를 모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의 만남에 관한 질문에 최 회장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보다 이른 시일에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연구개발(R&D)을 SK하이닉스에 서둘러 준비해달라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지난 6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 달 말 개최될 예정인 확대 경영 회의에서 SK그룹 산하 계열사별로 진행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세세한 점검에 나서고, 그룹 차원에서 남겨진 과제를 공유하고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의제가 올라온 상환은 아니지만, 큰 골격이 정리되는 수순을 먼저 밟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확대 경영 회의는 8월 이천 포럼과 10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비롯해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 연례행사 가운데 하나로 유명하다.
앞서 SK에코플랜트 장동현 부회장은 지난 3월에 열린 SK㈜ 주주총회에서 “오는 6월 열릴 확대 경영 회의에서 지금껏 당사가 진행한 ‘파이낸셜스토리’에 대해 낱낱이 점검하고 리뷰하는 시간을 포함할 것이며, 그 이후 10월에 개최될 예정인 CEO 세미나 때 구체적인 방향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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