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전 태광그룹 전 회장
‘황제 보석’ 논란 이후 그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
‘황제 보석’ 파문을 일으켰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이 제기됐다. 마침 태광그룹은 경영 쇄신을 위한 고강도 내부 감시·감독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태광그룹은 직원 비위행위에 대한 세부 징계 기준을 정한 ‘징계양정규정 표준안’을 마련해 전 계열사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표준안 마련은 이번이 처음이며, 적용 대상에 임원도 포함했다.
표준안에 따르면 고의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 협력업체 등 이해 관계자와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금전·향응·접대·편의를 제공하는 경우 중징계를 받는다.
사측은 징계권자 재량에 따라 관대하거나 엄격해지는 징계 여지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가 이런 입장을 갖는 건 이 전 회장의 논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태광산업 관련 무자료거래로 421억원을 횡령하고, 약 9억 3,000만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법원은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판결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실형을 받은 뒤 ‘간암 3기’라 이식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치료가 급하단 이유로 병보석으로 나왔다.
그의 병보석 사실은 2016년 9월 국회에서 폭로됐다. 당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를 통해서 병보석이 필요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년 후, KBS는 이 전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보석으로 풀려나 실제 갇혀있던 기간은 단 63일뿐이었으며, 2016년 보석 조건 위반 의혹이 나왔을 당시 법원이 진상조사까지 벌였지만, 이 결과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취재 결과 이 전 회장은 보석 이후 술집에 다니고, 떡볶이도 먹으러 가는 등 자유로운 생활을 해왔다.
이후 그는 대법원판결까지 이어가는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당시 5년 취업제한 규정까지 걸려 경영 일선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정부는 이 전 회장에게 기회를 줬다. 지난해 8월 윤석열정부는 그를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올렸다.
태광그룹은 당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경제 활성화 이바지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영 복귀가 이뤄져도 그룹은 난항을 겪으리라 전망했다. 이 전 회장의 두 달 만에 ‘오너 리스크’가 재부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회장의 자택과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태광CC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수십억원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와 태광CC를 통해 계열사에 대한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공백 동안 벌어진 전임 경영진의 짓“이라 해명했으나, 경찰은 이 전 회장에게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경찰은 지난 1월 이 전 회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태광그룹은 섬유 석유화학, 금융, 미디어, 레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재계 순위 48위다.
그룹 모체인 태광산업을 대표로 섬유 석유화학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흥국생명, 흥국화재를 중심으로 보험,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특히 태광산업의 주가는 한때 황제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2019년 3월 15일 174만 9,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하향세를 보이더니 최근 절반 이상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30일 기준 전일 대비 1.52% 오른 66만 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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