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가 사상 처음으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과거 도덕성 문제까지 불거지자 축구팬과 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과거 집행부 시절 외국인 심판을 상대로 한 성 접대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협회를 향한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협회는 ‘축구팬 및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내고 현재 상황을 ‘참담하다’라고 표현했다.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를 손질하고 투명성과 도덕성을 높이는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주말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잇따른 사태에 대한 사과를 전했다. 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축구팬과 관계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현재 조직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입장문에는 “골을 향한 치열한 노력과 열정,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통해 축구팬 여러분께 기쁨과 환희를 안겨드려야 할 저희 협회는 최근 본연의 기능을 잃고 말그대로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다”라고 적었다.

최근 협회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와 수사기관까지 이어졌다. 협회는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전했다.
경찰의 강제수사는 지난 6일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수사관을 보내 약 12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설립된 이후 공권력에 의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 대상에는 2년 전 홍명보 전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과정이 포함됐다. 경찰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감독 선임 업무와 관련된 전력강화위원회와 국가대표 운영팀, 월드컵 지원부서 등에서 문서와 전자기기를 확보했다. 압수물에 대해서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협회를 둘러싼 혼란은 월드컵 이후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월드컵 실패 이후 홍 전 감독이 물러났고 정몽규 전 회장도 사임했다. 이후 박지성을 중심으로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해 협회 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인사와 행정 체계를 둘러싼 질타가 이어졌다.

과거 집행부를 둘러싼 도덕성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됐다. 약 15년 전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 등 국제경기 당시 외국인 심판들을 대상으로 안마시술소 출입과 성 접대가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협회는 과거에 제기된 문제와 현재의 운영 상황은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장문을 통해 “현재는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아울러 그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해 온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거둔 값진 성과와 노력이 이번 일로 인하여 오해받거나,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해명했다.
논란 수습과 함께 조직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 개편도 추진된다. 박지성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혁신위에서 요구해 온 회장 선거인단 확대 등 주요 권고안을 협회가 받아들이고 실제 이행에 나서기로 했다.

쇄신 의지도 공식 입장문에 담았다. 협회는 “이러한 전방위적인 외부의 비난과 질타를 전 구성원 모두 가슴 깊이 새기고 철저한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라며 “더 나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깊은 자아성찰과 더불어 강도 높은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 높아진 외부의 기준과 눈높이에 맞춰 조직문화의 투명성과 도덕성도 더욱더 제고하겠다”고 다짐했다.
향후 예정된 대회 준비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협회는 “곧 다가올 아시안게임과 하반기 A매치 및 아시안컵 준비를 포함해 회장 선거인단 확대와 같은 정책적 과제들도 조속히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회장 선거 방식과 조직 운영 과정의 폐쇄성을 두고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사상 첫 압수수색과 과거 집행부의 도덕성 의혹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공식 사과와 쇄신 약속을 내놓게 됐다. 협회가 혁신위의 선거제도 개편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만큼 향후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달라질지가 남은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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