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최대 실적에도 관세 긴장
부품 현지화·생산지 재조정 착수
재고 확보·TFT로 대응 본격화

현대차, 1분기 최대 실적에도 긴장…美 관세 앞두고 ‘이 전략’ 꺼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회사 분위기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미국발 자동차 관세가 본격화하며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현대차는 빠르게 대응 전략을 가동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4조 4,078억 원, 영업이익 3조 6,3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수치로,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 흐름이 실적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도매 기준으로 1분기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13만 7천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만 8천 대)보다 약 40% 늘었다. 환율 효과도 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영업이익에 약 6,010억 원의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 경영진은 미국발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 본부장(부사장)은 “완성차 및 부품 품목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 영향은 세부 사항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 구체적 수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 예측은 유보했다. 다만 대응 전략에 대해서는 빠르게 추진 중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미국은 지난 3월 12일부터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 수입되는 완성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다음 달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전체 글로벌 매출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그중 약 3분의 2가 한국에서 수입되는 차량이라는 점에서 관세 충격은 직접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여러 대응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먼저 부품의 현지 조달 확대를 위한 전담 조직, 즉 태스크포스(TFT)를 신설하고 미국 현지 부품 공급망을 빠르게 점검 중이다. 이 본부장은 “미국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해 부품 업체를 발굴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빨리 적용할 수 있는 품목부터 우선 조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생산 기지 간 물량 재배치도 진행 중이다.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되던 미국행 투싼은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됐고, 캐나다행 생산 물량은 다시 멕시코 공장으로 전환됐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미국행 차량 역시 타 생산 거점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대응책으로 ‘재고 버티기’ 전략을 택했다. 이 본부장은 “3월 말까지 최대한 선적을 추진했고, 현재 완성차는 약 3.1개월 치, 부품은 그 이상 수준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관세 충격은 재고 소진을 통해 일부 상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오는 6월 2일까지 미국 내 차량 판매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관세 이전 수요를 극대화하고, 소비자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글로벌 전략 역시 일부 수정됐다. 현대차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발표한 21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에 따라, 조지아 공장의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생산능력 증대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단기 대응과 중장기 구조 전환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 리스크와 관련해 GM 등과의 협력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논의가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전체적인 대응의 초점은 자구책을 통한 실질적인 수익성 방어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적은 역대급이지만, 환경은 거칠다. 현대차가 2분기부터 본격화할 관세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올해 하반기 성과의 당락이 갈릴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차는 올해 연간 실적 예상 전망치를 기존대로 유지한다. 매출 성장률 3~4%, 영업이익률 7.0~8.0%를 목표로, 비상 대응과 전략 조정을 병행해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실적의 이면에서 현대차가 꺼낸 전략들이 지금부터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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