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월 연속 인구수 감소 지역
산불 피해 이후 ‘관외전입’ 증가세
재난지원금 발표에 전입신고 집중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에서 수상한 전입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전소된 주택의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한 사례와, 재난지원금 발표 직후와 시점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지자체는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북 영덕군에 따르면, 산불 발생 직후 일주일간 36건의 관외 전입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해당 지역이 53개월 연속 인구 감소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경상북도는 지난 3월 28일, 산불 피해를 입은 5개 시·군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전입신고가 집중된 시점은 이 발표 직후로 파악된다.
울진, 안동, 의성, 청송 등 산불 피해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수치다. 안동시는 한 달 사이 340명이 증가했으며, 의성군도 17개월 만에 인구 증가세를 기록했다.
해당 지역 지자체들은 전입신고 증가와 재난지원금 정책 간의 시기적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전입 주소지는 산불로 전소된 주택으로 확인됐다.
울진군 관계자는 “이미 화재로 파괴된 주택으로 전입신고가 접수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현장에서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는 행정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 주민등록법상 전입은 신고 사항으로, 지자체가 이를 사전 차단하거나 심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피해 주민에게 지급될 자원이 왜곡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입신고 이후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금 수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실거주 여부 검토 방안을 검토 중이나, 행정력 부족으로 즉각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산불 피해 지역에 보내진 기부 물품 중 사용이 불가능한 품목이 착불로 발송되는 사례도 보고되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경북 청송군의 한 비영리 단체는 “쓸 수 없는 물건을 기부 명목으로 모두 착불로 보내와 택배비만 70만 원 이상 부담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모인 성금은 전국적으로 1,100억 원을 넘어섰다. 역대 자연재난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하지만 전입신고와 기부 물품 문제 등 부적절한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며 자칫 지원 체계의 신뢰도와 효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거주 여부 확인 절차와 함께 전입시기와 재난 발생 시점을 연동한 교차 검증 체계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행정학회 정연태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공공자원의 분배는 신속성과 함께 공정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며 “향후 유사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 다수는 아직도 임시 주거지에서 열악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지원 제도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에서, 신뢰와 공정성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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