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원 급여 3.8% 인상 논의
韓 국회의원 연봉 매년 인상
해외 급여 결정 방식

미국 연방 의원들의 급여 인상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혼란에 빠졌다. 15년 동안 동결됐던 연봉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방 하원과 상원의원들의 연봉은 2009년부터 17만 4,000달러(약 2억 5,000만 원)로 동결되어 왔다. 미국의 연방 공무원들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생활비 조정제도(COLA)’에 따라 급여가 자동 인상되지만, 의원들은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동안 의회는 급여 동결 조항을 매년 예산안에 포함해 왔고, 이는 일종의 불문율처럼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내년도 임시 예산안(CR)에 의원 연봉을 3.8% 인상하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연봉 인상안이 알려지자,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의원들이 반대에 나섰다. 일부 의원들은 “유권자들이 재정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정치인들만 급여를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하며, 정부 운영 예산안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역시 단기 정부 자금 조달 패키지를 반대했는데, 여기엔 의원들의 급여를 인상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머스크는 이 조항을 통해 의원들의 급여가 약 40% 인상된다며 허위 주장했고, 결국 패키지에서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그런데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의회 의원들의 급여를 올리자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현지 시각 지난 2월 27일, 자신의 X(엑스)에 올린 글에서 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에 빠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이들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아 연방 정부 공무원 해고 등 지출 축소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의원 급여 인상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특히 재선이 중요한 경합 선거구 의원들은 급여 인상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트럼프 역시 급여 인상을 비판하며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때까지 급여를 올려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연봉이 매년 인상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1억 5,996만 원으로, 2024년(1억 5,690만 원) 대비 2% 증가했다. 2009년 이후 15년간 동결된 미국과 달리,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매년 꾸준히 상승해 왔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매달 지급되는 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정액급식비 외에도 1년에 두 차례 지급되는 정근수당, 설·추석 명절휴가비,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을 받는다. 이 외에도 보좌진 급여, 사무실 운영비, 출장비 등을 포함하면 국회의원 1인당 연평균 32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4년간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의 급여가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결정된다. 국회의원들이 임의로 급여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있지만 실제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반영해 인상하는 방식이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세비를 삭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년 인상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과 한국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는 국회의원 급여 인상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2009년 ‘의원 주택수당 부당청구 스캔들’ 이후 독립적인 의회윤리 심사기구를 만들어 의원 급여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기구는 공무원 급여 인상률을 기준으로 의원 급여를 결정하지만, 거시경제 지표와 민간부문 소득통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의원 급여를 동결하기도 했다.
독일은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정 수준의 급여를 받을 헌법적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독일 의원 연봉은 연방대법원 판사 급여를 기준으로 결정되며, 독일 연방통계청이 발표하는 명목임금지수를 기준으로 매년 조정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