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일번가 상권 대규모 공실
평당 30만 원에서 50만 원 수준
권리금 없는데도 세입자 못 구해
당초 수도권 남부 대표 상권 중 한 곳인 안양일번가 상권이 대규모 공실로 인해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으로 알려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년째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안양 일번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빠진 공실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년 전 소위 ‘핫플'(핫 플레이스)로 불리던 안양일번가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과거 10대와 20대들이 모이던 안양시 최고 번화가이자 젊은이의 거리로 명성을 떨치던 안양일번가는 현재 그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안양일번가에 대규모 공실 폭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 사이는 물론이고 상권 중심가의 가게에도 임대문의 표지판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안양역을 향해 바쁘게 걷는 일부 행인과 공사 인부를 제외하면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남아있는 가게 역시 발길이 끊겼으며 음식점과 옷 가게, 이동통신 판매 대리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실이거나 폐업한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일부 건물 1층이 모두 공실인 경우도 확인됐다.
여기에 오랜 기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빛이 바랜 임대 안내문도 찾아볼 수 있었다. 공실이 지속되자 안양일번가는 권리금마저 사라졌다. 다만, 권리금을 받지 않는 임대에도 공실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공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매출이 줄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니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폐업한 가게가 많아 상권이 침체하니 새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안양일번가의 상가 임대료는 1층 기준 평당 30만 원에서 50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낮게 형성되어 있으나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안양역 앞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97%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에는 2.8%에 그쳐 경기권에서 가장 낮은 공실률을 보였지만, 약 5년 만에 공실률이 5배 높아진 결과다. 이 시기 집합 상가 공실률도 25.48%에 달해 상가 네 곳 가운데 한 곳은 비어 있는 수준으로 공실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안양일번가의 몰락에는 주 소비층이 인근의 평촌·범계로 빠져나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평촌의 경우 학원가 상권과 더불어 먹거리 상권도 활성화되어 있어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 고객층도 많아 손님 유인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평촌신도시와 함께 조성된 범계 로데오거리는 3만 8,600여 가구의 배후단지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상권 자체도 단순한 먹거리 상권이 아닌 백화점, 병원 등 다양한 업종을 이용할 수 있어 한때 안양일번가와 양대 산맥인 상권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안양일번가의 수요를 모두 흡수한 상황으로 보인다.
한편, 안양일번가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자, 안양일번가 내 지하상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출입구가 몰려있는 일번가 몰 지하상가는 공실 보다 문을 연 점포가 몇 개인지를 헤아리는 게 훨씬 빠른 수준으로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 2004년 안양시는 안양일번가 지하상가 운영을 위해 민자사업 시행사를 모집했고 주식회사 안양역 쇼핑몰과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위탁 기간까지 운영한 뒤 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즉, 안양일번가 지하상가 시설은 시에 속해 있고, 관리운영권은 2029년까지 주식회사 안양역 쇼핑몰이 갖고 있다.
다만, 상인들은 지하상가 민자 협약에 따라 공실이 많이 늘어나면서 관리비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실제로 안양 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중앙 지하상가보다 안양일번가의 임대료가 더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 안양시는 안양일번가를 포함한 안양역 주변 상권을 하나로 묶어 내년 자율상권 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자율상권 구역으로 지정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5년간 100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상권의 상인들은 쇠퇴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활성화 기대감을 낮게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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