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피고인은 사회 경험 부족해”
겸직 공무원 1만 3,406명
최근 육아휴직 중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활동한 9급 공무원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사실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불법에도 무죄라고 선고하는 재판부”, “모르고 한 범죄는 범죄가 아니냐?”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대구지법은 4,000만 원에 달하는 현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9급 공무원으로 알려진 A 씨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A 씨는 지난해 7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 1,587만 원을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지정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만나 현금을 받는 등 3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의 현금을 건네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A 씨의 직업이 9급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A 씨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발견한 문제의 업체에 이력서를 넣어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지원한 곳은 면접 절차는 없었지만, 통상적인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에 전자서명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A 씨는 “부동산 관련 아르바이트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금융감독원 직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고 이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업체로부터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매매대금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다.’, ‘돈을 받아 지정된 장소에 옮겨다 주면, 건당 10~20만 원을 수당으로 주겠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재판부는 “혼인하면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뒤늦게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피고인은 연령보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며 “공무원직을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소간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판부는 “CCTV를 보면 피고인은 공공장소에서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할 때 본인의 차량으로 직접 운전해 이동했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신원을 숨기려고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판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덧붙여 재판부 측은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한 사실도 없고 피고인도 보이스피싱 범행을 위한 도구로 이용됐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네티즌들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 아르바이트를 두고 부동산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즉, 공무원인 A 씨가 자신의 행위가 탈세임을 몰랐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는 것이다.
이어 일부 네티즌들은 “모르고 한 범죄는 죄가 안 되는 거였어?”라며 “보이스피싱을 알바로 알고 현금 수거책으로 단순히 가담해서 유죄 선고받은 주부, 학생, 무직자들이 부지기수인데 어떻게 저 사람은 무죄냐”라고 밝히며 재판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을 드러냈다.
또한 “세금이 다 어디로 세는 것이냐?”, “공무원 신분으로 이익을 위한 일을 알아보고 실행한 것 자체가 문제 아니냐?”, “저걸 모르고 했다고? 저 머리로 공무원은 어떻게 됐니?”와 같은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A 씨를 옹호하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순진했었네요. 어렵게 합격한 공무원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네요. 진짜 나쁜 사람들 많으니 조심하시길”,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급여가 적으니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는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당초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 이내로 육아휴직이 보장돼 있으며 국가·지방공무원법, 국가·지방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겸직 금지와 영리업무 금지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무원 또는 공공단체의 임직원 등이 본직의 업무에 충실하고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두는 규정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법률에 명시된 ‘소속 기관장의 허가’가 있는 경우 영리활동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실이 각 정부 부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겸직하는 공무원들은 2018년 8,909명에서 2021년 1만 890명으로 1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공무원이 무허가 겸직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2019년 30건, 2020년 73건, 2021년 75건, 2022년 119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겸직하는 공무원이 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무원 겸직 허가에 대해 문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느는 추세다. 이를 두고 “4대 보험 가입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주변에서 누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될 위험은 없다”는 공무원 글이 올라와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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