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1조 쏟았는데…” 반도체 산업에 한국 정부가 투자한 금액

반도체·이차전지 보조금 현황
美·中·日 지원 강화해
한국, 관련 보조금 0원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국가안보는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고 언급하며 관련 기업에 85억 달러(한화 약 11조 4,000억 원) 보조금 투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7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발표한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 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국가는 반도체 및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지원 수준은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한경협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은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여기고, 수조 원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 중이다.

실제 2022년 칩스법 서명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는 반도체 산업에 달려있다고 언급하며, 같은 해 10월 반도체 수출통제 개정 조치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또 반도체 관련 미국 기업인 인텔에 85억 달러(한화 약 11조 4,000억 원) 보조금 투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 역시 반도체 자급률을 70% 수준까지 올리기 위하여 지난 2023년부터 대표 기업 SMIC에 2억 7,000만 달러(한화 약 3,639억 3,300만 원)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일본 또한 산업 재부흥을 목적으로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정부가 63억 달러(한화 약 8조 4,930억 3,000만 원)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추가 지원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전기차 시장 보호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IRA를 통해 미국은 부품의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 및 조립된 경우 등에 해당하면 보조금을 지원한다.

중국과 일본 역시 이차전지에 대한 보조금 및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경협은 정부의 보조금 미지급은, 결국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에 나섰다. 실제 한국 이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1년 기준 30.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2023년) 기준 23.1%로 2년 만에 7.1%포인트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는 첨단산업 주도권 상실은 곧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라며 “한국 역시 관련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 방안을 과감히 수립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편, 한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한국 액정표시장치(LCD) 제품은 최근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는 이에 대해 지난 2021년부터 중국 정부가 ‘전략적 7대 신성장산업’ 중 하나로 디스플레이 산업을 선정하여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한 이후부터 가격경쟁력 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 한국은 중국 대비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마저도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 및 투자 앞에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