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명과 동일한 ‘모임 통장’
공인중개업체 만행
피해 규모 수억 원
집주인 이름 세글자를 확인한 후 임대 보증금을 보냈지만, 알고 보니 집주인의 계좌가 아니어서 경찰 조사까지 받으러 간 임차인의 사연이 화제가 된다. 특히 해당 임차인은 집주인의 건물 등기부 등본과 등기상의 집주인 신분증까지 모두 확인했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전세 계약을 통해 경기 오산시 다가구 주택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난 6월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됐다. 이는 집주인이 전세 거래를 중개한 업체를 고소했기 때문인데, A 씨와는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A 씨에 따르면 임대 보증금을(전세금) 입금한 통장이 집주인 통장이 아닌, 집주인 이름과 동일한 한 모임(단체) 통장’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인중개업체 B 사의 만행이 있었다.
이 공인중개업체는 집주인의 이름과 동일한 모임 통장을 만들었는데, 예를 들어 집주인의 이름이 ‘정아현’일 경우 ‘정말 아름답고 현명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정아현 모임 통장’을 만들어 임대보증금을 가로챈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임차인이 의심 없이 허위 통장에 돈을 송금하면서 피해를 보았다.
이에 대해 피해 임차인 A 씨는 “입금한 통장에 대해 ‘이거는 집주인 통장이 아닌, 모임 통장’이라고 해서 정말 놀랐다. 그때 이 사실을 알았다”라고 했다. 전세 계약 당시 등기부 등본 등 여러 서류를 검토했던 A 씨의 경우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A 씨뿐만이 아니었다. 문제의 공인중개업체는 오산시 일대 다가구 건물 여러 채를 위탁 관리를 맡았는데, 건물마다 건물주 이름과 동일한 단체통장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집주인 명이 박인송이면 ‘박달동 인사동 송이버섯 요리 연구 모임’, 이시우면 ‘이처럼 시끌벅적한 우리 모임’, 우태영이면 ‘우리나라 태극기 동호회 연합’ 등으로 삼행시를 짓듯 ‘모임 단체명’을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해 임차인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공인중개업체 B사는 건물주 이름을 딴 단체통장을 개설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지난 4월 공인중개업체 B사 한 관계자는 “여기서(건물주가) 만든 건 아니고 동아리 단체(모임) 통장으로 해서 저희가 해당 이름을 통해 관리용으로 개설했다”라고 수긍했다.
이들 공인중개업체 B사는 건물주에게는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고,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한 뒤 그에 따른 임대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경기 오산경찰서는 해당 공인중개업체가 건물주를 비롯해 수십 명의 세입자를 대상으로 현재까지 수억 원대의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연이어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재난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올해 7월 17일 경찰청이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금 액수는 2조 2,836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2년 7월 25부터 올해 6월1일까지 약 2년간 경찰 수사 끝에 검찰로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로,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더하면 피해금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40대 미만 청년으로 알려지면서, 피해 구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1
공인중개사기협회냐
아니 공인중개사가 저러면 누굴 믿고 집을 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