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 시장 역성장
‘코드 커팅’ 현상 본격화
시·공간 제약 없어 편리
최근 넷플릭스발 유료 방송의 위기가 거론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는 온라인 동영상(OTT) 시장이 방송업계를 장악하면서 유료 방송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유료 방송 가입자에 대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결과가 나타나며 유료 방송 업계에 찬 바람이 부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어 최근 OTT 이용이 늘면서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도 하반기 유료 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 방송 가입자는 3,631만 106명으로 전기 대비 3만 7,389명(0.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조사가 처음으로 이뤄진 2015년 하반기 이후 첫 마이너스 집계 결과로 확인됐다. OTT 시장의 점유율이 늘어나며 유료 방송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클 것으로 추측된다.
이어 IPTV 가입자는 2,092만 5,902명으로 전체의 57.63%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IPTV 업계는 다른 유료 방송과 달리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증가 폭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향후 다른 유료 방송과 비슷한 가입자 수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지난 2020년 하반기 IPTV 가입자의 전기 대비 증가율은 4.38%에 달했지만 지난 2022년 하반기에는 1.79%, 지난해 하반기에는 0.54%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케이블TV(SO) 가입자는 1,254만 1,500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만 명 줄었으며 위성방송 가입자도 6만 명 감소한 284만 2,704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미한 성장세를 보인 IPTV를 제외하면 유료 방송 시장에서 약 14만 명 수준의 가입자가 감소한 것이다. 당초 둔화한 증가율을 보이기는 했으나 거의 모든 부문에서 감소세로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사업자별로 분석해 보면 IPTV의 경우 SK브로드밴드 가입자가 10만 명, LG유플러스 가입자가 5만 명 증가한 가운데 KT는 4만 명 가까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케이블TV의 경우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하곤 모든 업체가 가입자 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더불어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도 가입자가 6만 명가량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유료 방송을 끊는 일명 ‘코드 커팅’ 현상이 앞으로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시장조사업체인 컨슈머 인사이트가 국내 19세 이상 유료 방송 이용자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료 방송 이용자의 37%가 유료 방송을 해지하고 OTT를 이용하는 코드 커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 중 4%는 해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 코드 커팅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TV를 보는 일이 줄어서’ 31%와 ‘TV에 볼 만한 것이 별로 없어서’ 30%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OTT로 충분해서’ 27%와 ‘요금이 부담돼서’ 26%란 답변이 자리했다. 코드 커팅을 고려하는 이유 중 가장 높게 나타난 TV 시청 감소는 스마트폰, OTT 등 뉴 미디어의 부상에 따른 시대적 추세로 판단된다.
실제 조사 결과 하루 중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이하로 나타났는데, 이는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4.8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2시간 이하의 평균 TV 시청 시간의 28%는 OTT가 가져가고 있었으며,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거의 무제한 골라 볼 수 있는 OTT의 대세를 당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상 초유의 역성장에 따라 유료방송업계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케이블 TV 업계의 불안감이 특히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주요 케이블 TV 업체의 방송 부문 이익률이 지난 2018년 12.6%에서 지난 2022년 1.2%로 하락하는 등의 큰 감소세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케이블 TV 업계는 현재 채널에 대한 평가나 재송신료 지급에 대한 기준 없이 유료 방송 생태계를 파괴할 수준의 재송신료 인상이 케이블 TV 시장을 지속해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이들은 현재 재송신료에 대한 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비상 경영 대책회의체를 구성해 존폐 위기를 앞두고 비상 경영에 들어갈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유료방송업계에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한 가운데 방송업계에서는 유료 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 간에 상생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명확한 지상파 재송신료(CSP) 기준 마련은 물론 정부가 중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보호를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유료방송사는 KBS1과 EBS는 의무 재송신을 하고 KBS2·MBC·SBS에는 재송신료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조사된 결과와 같이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이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와 달리 지상파가 유료방송사로부터 받는 재송신료 매출액은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는 “IPTV와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액)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재송신료가 거의 유사한 수준에서 책정돼 이에 따라 케이블 방송사들은 심각한 경영 지표를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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