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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촌’ 사라지는데 웃지 못하는 사람들

윤미진 기자 조회수  

신월곡 제1구역 재개발사업 추진
2029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
착취당한 여성들 보상 못 받아

출처 : 뉴스 1
출처 : 뉴스 1

한국의 집창촌은 미군을 상대하는 기지촌 등으로 출발해서 산업화를 바탕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성 산업이 엄청나게 급성장하여 1980년대~1990년대 초반까지는 최고 호황기를 이루었으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과 동시에 재개발의 대상이 되면서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 존재한다. ‘미아리 텍사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서울특별시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다. 해당 지역은 불법 대부업체가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까지 “미아리에서 몸 판다”라는 문자를 보내, 결국 그 엄마 이아영(가명) 씨를 숨지게 한 ‘미아리 싱글맘 사건’으로 다시금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출처 :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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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은 마지막 집창촌인 해당 지역은 2022년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떨어지면서 현재까지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올 3월 기준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에 머물렀던 인구의 80%는 이주를 마쳤고, 일대 건물 342개 동 중 30개 동은 철거를 완료했다.

대부분의 인근 주민은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길음역 주변의 주거 환경이 좋아지면서 상권이 살아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미아리 텍사스촌의 개발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으로 착취를 당해 온 여성 종사자들은 여전히 해당 지역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출처 :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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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세입자도, 주민도 아니기 때문에 정당한 ‘이주보상금’을 받고 이주할 수 없다. 오히려 성을 불법으로 착취해 온 포주들이 보상금을 받았다. 현행법에는 주소지의 주민등록상 거주 주민에게 보상금을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텍사스촌 업주들은 감정평가를 받은 후 업장 크기에 따라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의 이사 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성 종사자들은 성북구청 앞에서 생존권과 이주 대책을 마련하라며 시위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임대주택 등 주거지와 재취업을 위한 일 경험 기회 등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다. 경찰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미아리에 재개발과 무관하게 이곳에 남아 있는 여성 종사자는 130여 명으로 추산된다.

출처 :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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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여성 종사자들을 지원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각각의 조례를 근거로 성매매 여성 종사자의 자활을 지원한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2017년 전주 선미촌을 폐쇄한 전주시는 이곳에서 일을 해온 여성 종사자 한 명당 생계비ㆍ주거비ㆍ직업훈련비ㆍ자립 지원금 등 최대 2,700만 원을 지원했다.

대구 자갈마당도 2019년 성매매 집결지를 해체할 당시 여성 종사자 1인당 2,000만 원의 생계비ㆍ주거비를 지급했고, 91명이 지원을 받았다. 현재 철거 중인 파주시 용주골의 경우, 여성 종사자들에게 2년 동안 최대 4,42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성북구청도 2017년 제정한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매매 예방 및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근거로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의 주거비ㆍ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미미하다.

출처 :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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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에 법이나 조례에 명시된 지원을 해줄 만한 충분한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성매매 피해자 지원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172억 7,100만 원이다. 2023년 181억 5,600만 원으로 책정됐던 예산과 비교하면 8억 8,500만 원 줄어든 금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성매매를 묵인해 온 국가나 지자체가 이들의 생계를 일정 부분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는 것은 단순히 낙후된 곳을 폐쇄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가 그곳에서 어떤 일을 저질렀고 방관했는지를 반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라며 “사과와 배상이란 의미를 담아 여성 종사자를 지원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가가 여성 종사자의 지원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당장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또다시 포주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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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진 기자
content@mobility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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