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국적 따지지 말라” 특명
토미 힐피거 출신 여성 임원 영입
‘이재용표 인사’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이 삼성의 실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한다”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 내부의 기존 관행, 특히 ‘국내 중심·남성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라는 명확한 지침으로 해석됐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출신 한인 여성인 소피아 황-주디에쉬 전 토미힐피거 북미 대표를 글로벌 리테일 전략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소피아 황 부사장은 허드슨스베이 사장, 울타뷰티 전략 부사장 등 20년 이상 B2C 경력을 쌓은 북미 유통 전문가다. 그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전 세계적으로 큰 기업에서 일하며 내 뿌리로 돌아갈 기회를 얻어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영입은 단순한 다양성 확보를 넘어 북미 시장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파악된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는 실제 경쟁력을 갖춘 인물 중심의 인사 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유통업계에서 20년 이상 쌓아온 전문성이 삼성의 글로벌 리테일 전략 강화에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지 시장을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 영입을 통해 삼성이 글로벌 사업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려는 행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에도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마우로 포르치니를 디바이스경험(DX)부문 최고 디자인책임자(CDO)로 임명했다. 이처럼 핵심 직책에 글로벌 인재를 연이어 영입하는 흐름은 ‘이재용표 인사 혁신’이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전사적 움직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영입을 발판으로 삼성 내 인사 시스템이 더욱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과거 삼성은 안정적 승계 시스템을 우선했지만,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는 성과와 전문성 중심의 인사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 승진’ 중심이던 기존 틀에서 벗어나, 외부 영입과 내부 발탁이 균형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의 전환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새로운 인재 정책이 그룹 전사에 얼마나 빠르게 확산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과제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기존 체계가 조직의 관성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즉, 이 회장의 특명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업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의 글로벌 인재 영입이 가져올 실질적 성과와 더불어, 향후 한국 기업 문화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