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빈익빈 부익부 극명
서초구 신반포2차 두 차례 유찰
DL이앤씨 “정비사업만 수주 할 것“

지난해 지방 등 서울 외 거주자의 서울 아파트 원정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빈익빈 부익부’가 극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핵심지역 재건축만 수주한다는 ‘선별 수주’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앞서 한강 변 단지인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을 겪고 지난해 말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했다. 용산구의 한강 변 아파트인 산호 아파트도 네 차례 유찰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산호 아파트는 유찰 이후 지난해 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택했다.

총공사비가 1조 310억 원에 달하는 신반포4차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수의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해당 단지는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가까워 ‘알짜’ 재건축 단지로 꼽히기도 했다. 2차례 이상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고 유찰될 경우 관련 법에 따르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실시한 총회에서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결정했다. 대림가락 재건축사업은 867가구, 4,544억 원 규모로 삼성물산이 단독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조정되었다.

강남권 다른 정비사업장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최근 송파구 가락1차현대아파트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 공고를 낸 바 있다. 앞서 1차 입찰 때는 롯데건설만 제안서를 제공해 유찰됐었다. 또한 지난해 송파구에서는 잠실우성4차(DL이앤씨),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 삼환가락(GS건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단독 입찰로 진행되어 수의계약으로 이어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 수주 경쟁은 탈락한 회사가 그간 투입한 금액을 모두 날리게 되는 치킨 게임“이라며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는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득실을 따진 뒤 ‘안 되겠다’ 싶으면 건설사끼리 웬만하면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아예 입찰 참여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을 겪는 정비사업장도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서울시 신통기획 1호 사업장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은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시공사 선정에 고난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져 주요 지역이라도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파악되면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서울 핵심지역과 광역시 정비사업만 수주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며, 이들은 올해 총공사비 1조 7,000억 원 규모의 한남 5구역 시공권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격렬히 경쟁한 한남 4구역 재개발사업 이후 경쟁이 예상되는 정비사업장은 압구정, 성수, 여의도 등 핵심 지역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23일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외 거주자(이하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1.5%로 2006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대로 증가한 것은 금리 인상 여파로 아파트값이 급락한 이후 전세사기와 빌라 기피 현상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전자산’ 격인 서울 아파트로 매수자들이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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