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하우스’ 수도·수전 없어
조경시설 40% 축소돼
업체 측 “설계대로 한 것”
최근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 가치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여러 시공사에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광양의 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서 6억 원을 들여 지은 커뮤니티 시설이 부실 공사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전라남도 광양시 광양읍 소재의 800여 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는 휴게공간과 조경시설 등 커뮤니티 특화사업에 조합비 6억 3,800만 원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조합원 측은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었는데도, 해당 아파트의 편의시설 가운데 ‘티 하우스’의 경우 수도시설이 설치되지 않는 등 부실 공사를 지적했다.
해당 아파트 단지 사이 컨테이너 크기의 작은 건물, 바로 ‘티 하우스’다. 해당 공간은 입주민이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치한 공간이지만, 조합원 측에 따르면 정작 내부에는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전부인 수준이다.
수전도 설치되지 않은 해당 공간에 투입된 비용은 약 2억 원 규모다. 이에 대해 조합원 A 씨는 “커피를 마시려면 수도시설이 있어야 하고, 하수시설도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없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티 하우스’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내부 모습에 조합원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하여 해당 아파트 단지에는 ‘티 하우스’ 이외에도 새로 지은 인공산과 연못 등의 조경시설은 설계 도면보다 면적이 40% 축소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해당 시설을 지은 공사업체를 비롯해 관리·감독을 맡은 지역주택조합에도 책임을 묻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조합비 6억 원 이상이 투입된 해당 시설들이 당초 계획과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조합원 측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단지는 긴급 공사라는 이유로 공개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준공 시 지급하기로 한 잔금이 미리 지급하여 부실 공사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항의에 공사를 맡은 업체는 설계대로 시공했다는 입장을 내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주민설명회에서 공사 업체 한 관계자는 “전기와 수전, 소방 부분은 전체 계약에 포함이 안 된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잔금을 선지급한 것 역시 물품 납부 계약일을 감안한 것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화사업을 진행하면서 변경 내용을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도 확인되어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아파트를 거래할 때 커뮤니티 시설이 주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사회 인식 변화로 최근 반포와 잠실 등 서울 강남권 주요 지역 구축 아파트에서는 커뮤니티를 다시 짓는 사례도 등장했다.
그 예로 서초구 반포동 소재 ‘래미안 퍼스티지’는 최근 기존 커뮤니티를 전면 확장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이어 송파구 잠실동 소재 ‘리센츠’ 역시 단지의 가치 상승을 비롯해 입주민의 편의성 증대를 위해 커뮤니티를 신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에서는 커뮤니티가 수주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됐을 정도다”라며 “건설사들이 새 아파트 설계 단계부터 커뮤니티 관리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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