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재원 투입
산은에 1조 5천억 자본 확충
대출 및 금융지원 최대 14조 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에 1조 5,000억 원의 자본확충을 지원해 반도체 설비투자 및 기업 지원 검토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그 배경에는 미국을 비롯해 옆 나라인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반도체 기업과 생산시설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보조하는 것에 따른 위기감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에선 아직 보조금 지원과 관련한 법적인 근거조차 자리 잡지 못한 상황으로, 산업부가 주도로 해당 정책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더하여 재원과 관련한 민감한 사항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돼, 그 사이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글로벌 반도체 지원 전쟁에서 매우 뒤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느끼는 상황이다.
금융권은 정부에 의해 산은의 자본금 증자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현물출자 방식이 가장 우세할 것으로 분석했다. 1조 5,000억 원을 증자하게 되면 저금리 대출 및 보증 등 금융지원 여력이 13조~14조 원 가까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산업에 투입되는 투자 규모를 감안할 때 비록 큰 금액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시점에 실현할 수 있을지 결말이 나지 않는 보조금 등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현 상황과 발맞춰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설명한다.
정부와 정책금융 및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액공제 혜택으로 명성을 떨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의 연장과 보조금과 연관된 법적 근거 마련,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확대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국가 당국 차원에서 적극적인 보조금 지급 정책이 동반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인공지능(AI)은 물론, 향후 먹거리의 핵심으로 꼽히는 첨단분야의 산업생태계를 설립하는 데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정치권에선 관련 법안 논의에 진전이 없는 형국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주요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계속 발표하면서 격차를 더욱 벌리는 상황이다. 이어 일본은 반도체 투자액 가운데 최대 50%가량을 보조금으로 정부에서 지원 및 설비 투자의 20%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도 최근 430억 유로(한화 약 63조 3,970억 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획이 포함한 반도체 법에 합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러한 국제 반도체 시장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당장 가능한 현실적 대안으로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한 대출·보증 확대 등 금융지원을 선택했으며, 이런 차원에서 산업은행의 증자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산은의 증자는 금융위원회를 필두로 각 금융부처와 산업부처가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정부 내에서 반도체 산업 등의 각종 지원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증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밝혀진 기획재정부는 금융위 등으로부터 해당 안건이 올라오면 이를 검토 후 해당 정책의 결과가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말 산업은행에 대해 2조 원가량의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현물출자를 완료한 상태이고, 현재 담당 부서로 정해진 국고국과 추가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구체적 사안은 아직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진행된 LH주식 현물출자는 혁신성장펀드,지역활성화투자펀드 등과 관련한 투자 목적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현재 제21대 국회에서 당장 K-칩스법의 연장이 통과되거나, 반도체 산업의 보조금법안이 빠르게 논의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번 달 9일 전후로 개최될 예정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산은의 자본확충을 필두로 대출 확대 방안이 긍정적으로 논의될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은의 자본금을 1조 5,000억 원을 늘리더라도, 10년째 제자리를 머무는 법정자본금 한도로 규정되어 있는 30조 원에 발목이 잡혀 금융지원을 확대하여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산은의 자본금으로 공개된 금액은 26조 원으로 1조 5,000억 원을 증자하면 총 27조 5,000억 원으로 법정자본금 한도인 30조에 2조 5,000억 원만을 남겨 두는 상황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투입되는 지원과 막대한 정책금융 수요 등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 법정자본금 한도의 잔여 금액 수준으로는 각종 이슈에 충분한 대응을 끌어내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산은에 규정된 법정자본금 한도인 30조 원을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과정이므로, 정부와 국회가 머리 맞대 진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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