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지난해 흑자전환
정 회장 수령액 36억 원
모친·부친 수령액 42.3% 감소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이마트서 36억 원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연봉을 자진 삭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대비 2.4% 감소한 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회장을 두고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이마트를 흑자 전환하는 등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18일 이마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급여 19억 8,200만 원과 상여 16억 2,700만 원 등 총 36억 900만 원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급여는 동결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성과급은 전년(17억 1,700만 원)에서 9,000만 원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총보수가 2.4% 하락했다.
더하여 정용진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과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 역시 자진 삭감을 통해 각각 17억 6,70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이마트에서 받은 연봉은 전년 대비 42.3% 하락했으며, 신세계로부터 받은 연봉을 합하면 연봉 감액률은 37.5%에 달한다. 경영진의 자발적 연봉 삭감에 대해 이마트는 “지난해 3월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이마트 흑자 전환 등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자세로 연봉을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 15조 5,696억 원과 영업이익 1,218억 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한 상태다. 그런데도 정용진 회장과 오너일가가 연봉 자진 삭감을 결정한 이유는 최근 이어진 주주들의 성토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이는 주가 추락으로 인해 소액 주주들이 그룹 총수의 보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기 주주총회의 메인 화두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안팎에 깔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 국가와 같이 보수와 성과가 연동되는 보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12일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날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밸류업 계획 공시 및 분기별 이행 공시 내용 상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마트가 소액주주들의 권고적 주주제안을 수용해 주총을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 안건을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액트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을 대상으로 정관에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를 심의하도록 하는 보수 심의제를 담은 주주 제안을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이들은 좋지 않은 경영 실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총수 일가가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시각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액트는 주가 저평가에 일조한 오너 일가에게 실적을 반영한 보수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정용진 회장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실제로 이마트의 주가가 지난 2018년 2월 주당 31만 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이후 7년간 가파른 내리막을 겪으며 주당 7만 원 선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하여 당시 9조 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1조 원대 후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반등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이마트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최저치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일정한 수준의 보수를 챙겼던 오너 일가에 주주들의 원성이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이 지난 2023년 받은 보수는 약 98억 원으로 평균 100억 원 안팎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하여 이들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상 의사결정에 따른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총수 일가라는 점 역시 주주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즉, 신세계 오너 일가의 보수 자진 삭감 결정은 녹록지 않은 대내외 경영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임과 동시에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책으로 해석된다.
한편, 정용진 회장은 보수를 제외하고도 이마트에서 159억 원의 배당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는 앞서 정용진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가량을 매입하면서 지난해 대비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지분 10% 매입 이전의 배당 액수 103억 원에서 50억 원 이상 증가한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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