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대출은 거절됐는데…” 은행이 몰래 돈 빌려준 사람은 따로 있었다

내부통제 부실 확인
우리·국민·농협 부당대출
동양·ABL생명 인수합병 진행 우려

우리은행 직원이 부당대출을 내주고 아내 계좌로 뒷돈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은행 검사에서 총 3,875억원(482건)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고 밝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우리금융 ·KB 국민 ·NH 농협금융지주·은행 검사에서 총 3,875억 (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브리핑’에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라고 피력했다.

금감원은 정기 검사에서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의심 대출 350억 원을 비롯하여 여러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380억 원을 추가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전체 730억 중 451억 원은 현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전현직 고위 임직원이 연관된 다른 부당 대출도 1,60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이 대출 브로커를 부하직원이었던 우리은행 지점장에게 소개했으며 여신 17억 8,000만 원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대출 심사를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지점장은 아내의 계좌로 3,8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금감원은 부장 3명과 지점장 24명 등 총 27명이 단기 성과 등을 추구하며 대출 심사와 사후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시점에서 1,229억 원이 부실화된 상태이며, 이는 76.6%에 달하는 수치이다. 우리은행 외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영업점에서 부당대출 사례가 여러 건 발각됐다.

부당대출은 은행 직원이 브로커와 공모하여 진행했으며, 일부 대출에서는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국민은행의 부당 대출은 총 291건이며 금액으로 환산하며 892억 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의 부당 대출은 90건으로 649억 원에 이른다.

이러한 부당대출 사례 적발에 이복현 원장은 “금융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이들 지주와 은행 검사에서 공통으로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 문화도 드러났다”라고 전하며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복현 원장은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금융그룹의 위기 대응능력(자본 비율)이 과대평가 됐다”라며 “은행 등 자회사가 금지된 브릿지론을 편법 취급하거나 특수목적회사 등을 통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등의 여러 부적절한 고위험 추구 행태를 막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한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부당대출 사례 다수 적발에 금감원도 대책을 내놨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 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 방안을 준비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2,000억 원대 규모의 부당대출에 대한 정기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의 향후 진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현재의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된다면 두 생명보험사 인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