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차명 투자 의혹으로 직무 정지
장남강자인 본부장에게 지분 넘겨
4년 전 유퀴즈에 출연해 종잣돈 3,400만 원을 156억으로 불리며 투자 신화를 풀어놓았던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셋) 회장이 최근 2세 경영을 준비하기 위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20년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한 강방천 회장은 “여윳돈으로 좋은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어라”라는 말로 투자자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당초 삶 속 경제를 꿰뚫는 주식 전문가로 방송에 출연한 그는 큰 화제를 모으며 투자자들을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 2022년 차명 투자 의혹에 휩싸이며 곤욕을 겪었다. 1세대 펀드매니저로 알려진 강방천 회장은 대중에게 처음으로 ‘가치투자’를 설파한 인물이다. 1987년 금융투자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IMF 금융위기 당시 가치 투자로 1년 10개월 만에 1억 원을 156억 원으로 불리는 전설을 쓰며 이름을 알렸다.
1999년 그는 에셋플러스 자문을 설립해 2008년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업종을 전환해 현재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일궈냈다. 또한, 그는 특히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펀드 매니저 윤정학 캐릭터의 모티브가 강방천 회장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며 본격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어 지난 2013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세계의 위대한 투자가 99인’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승승장구의 길을 걸을 것 같았던 강방천 회장은 유퀴즈에 출연해 투자의 비결을 전한 이듬해 차명 투자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지난 2022년 그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퇴임 의사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차명 투자를 통한 자기매매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셋플러스운용을 대상으로 한 지난 11월 정기 검사 과정에서 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업체 ‘원더플러스’에 강 회장이 자신의 자금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수년간 주식을 매매한 정황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원더플러스는 공유오피스 운영업체로 당시 강 회장이 1대 주주, 강 회장의 딸이 2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강방천 회장은 “자금은 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자기매매로 볼 수 없고 제재 대상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강 회장은 “원더플러스에 연 4.6%의 이자를 받으며 자금을 빌려줬고 이자 수익도 국세청에 모두 신고를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결국 강방천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공유 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본인의 자금을 대여해준 뒤 법인 명의로 주식 투자를 한 것을 일종의 ‘차명 투자’, ‘자기 매매’ 행위로 판단해 이에 따른 중징계 처분이 확정되면서 사실상 차명 투자의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차명 투자 의혹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강방천 회장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방천 회장은 최근 장남 강자인 국내 운용본부장에게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보유지분 8.76%를 넘겨, 2세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 13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공시한 최대 주주 지분변동에 따르면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지분은 40.73%에서 31.97%로 줄어들었다.
다만, 8.76%의 지분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대 주주의 지위를 지켰다. 강방천 회장의 지분 8.76%는 장남 강자인 본부장에게 넘어가 29.94%의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분을 넘긴 방식이 매매인지, 증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강방천 회장의 지분 증여를 두고 업계에서는 2세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현재 에셋이 창업주인 강방천 회장의 공백에도 2년째 순항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강 본부장의 역량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강방천 회장의 공백 이후 에셋은 설립 멤버인 양인찬 대표가 기존 소수 펀드 운용 기조를 유지하면서, 장남인 강자인 본부장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운용에도 힘을 실어 그룹을 이끌어왔다. 또한, 에셋이 AI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을 통해 관련 역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전한 만큼 향후 강 본부장이 보여줄 경영 능력에 본격적인 승계 구조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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