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구조조정 방안 검토
일부 사업부 분사할 계획
주가 10% 가까이 상승해
한때 세계를 호령하는 최대 반도체 기업이 창립 이후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한때 미국 전체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인텔이다.
인텔은 앞서 수십조 원을 투자했던 파운드리 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이를 분할해 매각하는 것을 포함해 종합적인 구조조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취임한 팻 겔싱어 현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제국 재건을 앞세워 밀어붙인 ‘승부수’가 처참한 실패로 귀결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29일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부문(파운드리)의 분할, 제조시설 확장 프로젝트 중단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텔과 오랫동안 거래해 온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매각 관련된 내용을 조언하고 있다는 전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로이터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회사 경영진이 이달 중순께 이사회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인 구조조정안에 파운드리 사업부의 매각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인텔 경영진의 구조조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이사회 회의 전에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이 이런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인텔은 1만 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해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어 파운드리 사업의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누적된 경영 실패와 기술 경쟁력 열위 탓으로 보인다.
지난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건실한 반도체 제국을 만들어낸 인텔은 한때 미국 전체 기업 시가총액 2위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재무와 경영을 자랑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경영에서 엔지니어링보다는 재무를 우선시하며 많은 기술자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인텔이 비용 절감을 통해 좋은 실적을 내고 주가를 올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었으나 결국 설계와 공정 양쪽에서 기술 인재를 포기하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암초로 작용했다.
실제로 인텔의 경우 CPU 시장은 장악했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린 후에는 스마트폰용 반도체(AP) 설계시장을 애플,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등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와 더불어 저전력이 특징인 영국 ARM이 설계한 반도체들이 주목받으며 인텔의 경쟁력이 약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ARM 설계를 사용하면 인텔의 특허를 피해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애플을 포함한 모든 스마트폰용 반도체와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만든 서버용 CPU는 모두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인텔의 사업 경쟁력이 현저히 약화했다.
대만의 파운드리 제조업체인 TSMC에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추월당한 것도 인텔에는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에 인텔은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배당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이런 적자 전환 소식이 들리자, 당시 인텔의 주가는 26% 폭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축소하는 등 100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앞서 인텔이 밝힌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에 따른 행보로 보인다.
한편, 현지 시각으로 지난 30일 실적 악화로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는 인텔이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인텔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미 동부 시간 12시 기준 인텔의 주가는 전일 대비 8.52% 급등해 21.84달러(한화로 약 2만 9,232원)의 거래 중이다. 이어 한때 인텔의 주가 상승세가 10%대를 웃도는 등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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