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도 대출받기 힘든데…외국인 대출 규모는 확대한답니다”

저축은행업권 틈새시장 공략
외국인 근로자 대출 확대 방안
대출 규모만 5,000억 원 전망

최근 정부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의 국내 정착을 위한 단계별 비자 전환 등의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가운데 당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저축은행업권이 외국인 근로자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기존에 외국인 근로자 등에 대한 대출이 ‘신용 이력 부족’ 이유로 국내 금융권이 소극적으로 나서던 분야를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판단된다. 시중은행에서 일반적으로 적극적인 시행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대출 확대를 저축은행이 중·저신용자 상대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안 신용평가 등을 더해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지원 확대 방안과 더불어 국내 산업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외국인 대출 시장 규모는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4월 초에 출시한 ‘웰컴 외국인 대출’의 대출 취급액이 4개월 만에 1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웰컴저축은행이 운영 중인 ‘웰컴 외국인 대출’의 경우 미얀마·캄보디아·베트남 등 9개 국가에서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행하는 대출 상품으로 확인됐다. 4개월 만에 100억 원을 넘어선 외국인 근로자 대출을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국내 금융권 외국인 대출 취급액이 지난해 3,000억 원 규모에서 올해 5,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법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195만 6,781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올 6월 말 261만 2,328명으로 3년 반 새 34%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대출 취급 저축은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외국인 대출 취급액 역시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최근 지방은행들이 각 지자체의 외국인 유치 정책에 맞춰 새로운 금융영업 기회를 모색하며 외국인 전용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외국인 대상 금융거래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밝힌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외국인 대출 취급액이 가장 많은 곳이다. 외국인 대출 상품을 시중은행에서 적극적으로 잘 다루지 않는 것은 연체율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금융 이력 부족자로 분류되거나, 연체율이 높을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을 뒤엎은 결과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이런 움직임이 곧 시중은행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국인 계좌 가입자 수는 2019년 말 496만 5,964명에서 2023년 말 571만 1,893명으로 15%(74만 5,929명)나 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대출 취급액 확대에 대한 움직임은 없으나 시중은행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VIP 행사를 열어 초청하는 등 이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금융 업무가 단순히 주거래은행의 통장 개설 송금 업무 등에서 끝나지 않고 대출 업무부터 연말정산, 건강보험, 외국인 근로자 전용 보험 가입까지 다양한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시중은행 가운데 이를 가장 잘 빠르게 적용한 곳은 하나은행으로, 경기도 안산에 외국인센터 지점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영업점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저축은행·대부업체 등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불법 사금융에 내몰린 취약계층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확인됐다. 내국인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생활고를 호소하고, 고금리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등 피해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 외국인 근로자 대출 확대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인도 어려운 대출을 외국인은 확대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내국인 대출 문턱이나 낮춰주세요.”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