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에 뛰어든 재벌가 며느리
현대 현정은·삼양 김정수
또 다른 ‘현대며느리’ 노현정은?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보통 그들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고 있다. 일부는 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도 한다. 결국 가족 경영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핏줄로 이어지지 않은 구성원이 수장 자리에 오른 경우도 있다. 바로 ‘며느리’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다.
현 회장은 지난 2003년 남편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 특검 도중 사망하자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시숙의 난’을 벌여 승리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라며 현 회장을 적극 반대했지만, 현 회장이 ‘국민주 1천만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며 맞대결을 펼친 끝에 경영권을 가져갔다.
남편의 사망 이전까지 기업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전무해 경영 공과에 있어선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룹 전체 매출의 70%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 현대상선이 시장 상황을 오판하고 장기 용선 계약을 했다가 엄청난 적자를 내게 했다.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현 회장이 300억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채권단에 의해 2016년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현대상선의 채무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 역시 매각되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만 남았다.
다만 이화여대와 미국에서 한 사회학과 인성개발 공부 경험으로 그룹을 이해하고 구성원의 잠재력을 끌어냈다 점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회사를 성공 가도에 올린 며느리 경영인도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구 삼양식품) 김정수 부회장은 전중윤 창업주의 며느리다. 현정은 회장과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이 전혀 없었던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IMF외환위기로 부도를 맞다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 전인장 전 회장을 돕기 시작했다.
2010년 전 전 회장은 창업주로부터 가업을 승계해 크라제버거라는 신규사업을 벌였지만, 성과는 부진했다. 이 당시 김 부회장은 그동안 신제품위원회를 주도하고 있었고,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김 부회장의 불닭볶음면은 흥행에 성공했다.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다양한 시리즈로 젊은 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더니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해외 수출이 본격화된 2017년엔 누적판매량 10억개를 달성했고, 지난해엔 50억개를 넘겼다.
삼양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의 지난해 총 매출 1조 2,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 덕분일까, 김 부회장은 지난 2018년 남편과 함께 회삿돈 49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및 80시간의 사회봉사형을 선고받았다. 선고가 확정된 2020년 1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했지만, 그해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이 해제돼 총괄사장직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국내 재계 1위 삼성전자의 며느리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이재용 회장과 이혼 전엔 이 회장의 미국 유학길을 따라가 현지에서 투병 중이던 이건희 선대회장을 간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이혼 후 대상그룹으로 돌아갔고, 이후 2016년 전무로 승진, 2021년 3월 대상홀딩스 부회장에 오르며 청정원 브랜드 운영 등 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활발한 방송 활동을 이어가다 현대가 정대선 사장과 결혼한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는 경영 일선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묵묵히 내조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의 며느리,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의 아내 이다희 전 SKY TV 아나운서도 결혼 이후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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