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ADS)이 거래 첫날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주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과 국내 시장의 엇갈린 흐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외국계 기관의 차익거래 전략과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주가를 끌어내린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수급 부담과 별개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0.18% 하락한 195만 8,000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부터 6~7%대 약세를 보이던 주가는 낙폭을 키우며 결국 200만 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 증시 상장 호재에도 국내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나스닥에 상장한 SK하이닉스 ADS는 공모가 149달러보다 12.76% 오른 168.01달러에 첫 거래를 마쳤다. ADS 1주는 국내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환산하면 국내 본주 종가보다 약 15.78% 높은 가격에 거래된 셈이다.
이처럼 미국 상장 주식이 국내 본주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이른바 ‘역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격 차이가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차익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ADS를 매수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국내 본주에는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이른바 ‘ADS 롱·본주 숏’ 전략이 단기적으로 국내 주가를 압박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단기 차익 실현 매물까지 겹치면서 하락 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증권가는 현재의 주가 흐름을 장기 추세 변화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미국 증시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수준으로 재평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 비교해 낮은 평가를 받았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이 점차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챗GPT 3.5 출시 이후 대만 TSMC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 상장 주식이 먼저 상승한 뒤 본국 주식이 뒤따르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ADS 상장만으로도 국내 본주가 최소 8~18% 수준의 추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쟁사 대비 누적됐던 저평가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향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패시브 자금 유입이 본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주요 지수 편입 여부와 ADS와 본주 간 가격 차이가 어떻게 조정될지에 쏠리고 있다. 증권가는 대규모 상장인 만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편입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지만, 실제 편입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거래 실적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나스닥100지수 편입은 시가총액 기준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DS 물량 조절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F-6 서류에 따르면 ADS 수탁 한도는 이번 공모 물량의 약 10배인 17억 8,000만 주로 설정됐다.
이에 대해 한 연구원은 TSMC 역시 ADR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며 프리미엄을 조정했던 사례가 있다며 SK하이닉스도 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절하면서 국내 본주와 ADS가 함께 재평가되는 흐름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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