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관, 연애도 제한
中, 대미 투자 사실상 중단
미중, 안보·경제 전면 충돌

미국 정부가 중국에 주재 중인 자국 외교관 및 정부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중국인과의 연애나 관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냉전 시기 이후 처음으로 전면적인 사교 제한 조치가 내려진 사례로, 최근 고조되는 미·중 간 갈등 상황 속에서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주중 미국 대사관(베이징)을 비롯해 광저우, 상하이, 선양, 우한 등 중국 내 영사관은 물론 홍콩과 마카오에 파견된 직원들에게까지 적용된다. 정규직 외교관뿐 아니라 보안 인가를 받은 계약직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침은 공식적인 문서 형태가 아닌 구두 지시와 내부 통신을 통해 전달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인과의 연애 또는 관계를 맺은 직원은 중국에서 즉시 철수해야 하며, 과거에 이러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경우 별도 예외 신청을 해야 한다. 예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관계를 정리하거나 직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니콜라스 번스 전 주중 미국대사가 지난 1월 퇴임 직전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지침의 배경으로 중국의 정보기관이 외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외교관들을 유혹해 기밀을 얻어내는 이른바 ‘미인계’ 전략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외교관들은 중국 근무 전, 중국 정보기관의 유혹 사례 및 대응 방안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교관에게는 수십 명의 중국 국가보안요원이 배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의 사항도 전달된다.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제한적인 교류 지침을 적용한 바 있지만 이번처럼 특정 국가와의 모든 연애 및 관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사례는 1980년대 냉전 당시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모스크바에 주둔 중이던 미 해병대원이 소련 소속 요원의 유혹에 넘어간 사건을 계기로 소련 및 동유럽, 중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유사한 사교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조치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완화됐다.

이와 맞물려 중국 정부도 미국에 대한 경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가 최근 몇 주간 산하 지부들에 대해 미국으로의 신규 투자를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 기업의 미국 투자 금지 조치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해외 투자를 진행하려면 상무부, NDRC, 국가외환관리국 등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현재 미국과 관련된 투자 건에 대해 등록 및 승인이 중단된 상태다. 다만 기존에 체결된 투자 약정이나 미국 국채 등 금융상품 보유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조치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조치를 꼽았다. 동북아시아 시간으로 3일 아침 발표된 이 조치에는 기본 관세 외에도 중국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미·중 간 무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기준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 규모는 69억 달러(약 10조 1,000억 원) 수준이며, 같은 해 중국 전체 대외 투자는 전년 대비 8.7% 증가했지만 대미 투자는 오히려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부터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 압박에 대응해 중국 당국이 해외 투자 감시를 강화해 왔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