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약 3,950억 원
인어공주 약 3,296억 원
지나친 PC로 작품성 훼손

인어공주 에리얼은 세계에서 인기 있는 공주 캐릭터 중 하나다. 인간 왕자를 사랑하게 된 인어공주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해피 엔딩으로 각색한 이 애니메이션은 망할 뻔했던 디즈니를 일으킨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1966년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의 사망 이후 디즈니는 68혁명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정치적 올바름이 부각되면서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그런 디즈니의 부활을 알린 것이 바로 ‘인어공주’다.

디즈니는 PC(Political Correctness), 즉 ‘정치적 올바름’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였다. ‘인어공주’에 이어 ‘알라딘’과 ‘미녀와 야수’로 X세대의 기호를 반영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공주 캐릭터의 문을 열어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이후 다시금 침체기를 겪었을 때도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의 흑인 공주를 내세운 ‘공주와 개구리’와 기존의 공주들과는 다른 ‘라푼젤’, 자매의 성장 서사를 담은 ‘겨울왕국’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디즈니 리바이벌’이라고 불리는 재도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논란은 2023년 개봉한 인어공주와 올해 개봉한 백설공주의 피부색(인종)과 관련이 있다.
34년 만에 실사 버전으로 등장한 인어공주는 붉은 머리의 백인에서 레게 머리를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탈바꿈했다. 하얀 피부가 특징인 백설공주는 라틴계 배우가 맡게 됐다.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동심을 지켜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원래의 인어공주와 다른 이미지에 원작을 훼손했다며 거부감을 나타내는 여론도 존재했다. 영화 평점에 낮은 점수를 주는 등 별점 테러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의 결과는 흥행 성적으로 나타났다. 인어공주는 개봉 8주 차가 지나서야 최소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5억 6,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인어공주의 공식 발표 제작비가 2억 5,000만 달러이며, 할리우드의 기본적인 손익분기점이 제작비의 2.5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흥행에 실패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백설공주도 마찬가지다. 스크린랜트에 따르면 백설공주의 손익분기점은 최소 5억 달러로 예상됐다. 아직 완전히 흥행 여부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개봉 첫 주에 총 8,7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목표로 잡았던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북미에서도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4,500만 달러~5,000만 달러보다 낮은 4,300만 달러에 그쳤다.

다만 이들의 성적이 부진한 이유가 비단 PC에만 있지 않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해당 논란을 잠재울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AP통신은 “이번 결과는 디즈니가 장기적으로 실사 리메이크 전략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적 올바름을 표방해 온 디즈니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정책 폐지 논조에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디즈니는 ‘피터 팬’과 ‘아기 코끼리 덤보’ 등의 인종 차별적인 장면이 있는 고전 작품에 삽입했던 사전 경고 문구를 삭제했다. WP는 디즈니의 경고 문구 삭제에 대해 “DEI 프로그램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기업들이 DEI 정책을 축소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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