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위기” 30년 먼저 늙은 ‘일본’은 이렇게 해결했다

국민연금, 2027년 적자 전환
일본 연금 개혁, 100년 지속 가능?
한국 가능할까

“국민연금, 받을 수는 있는 걸까?” 지금까지는 ‘설마’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불과 2년 뒤인 2027년, 국민연금이 적자로 전환된다. 이후 적자 폭은 빠르게 확대되며, 2040년이면 매년 72조 원의 재정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체제로 간다면 2056년, 국민연금 기금은 완전히 바닥날 예정이다. 한국보다 30년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과연 어땠을까? 일본 역시 한때 국민연금 고갈 위기에 놓였지만,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연금 재정을 안정화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중기 재정 전망 2024~2028’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7년 3조 2,500억 원 적자로 전환되면서 2028년에는 적자 규모가 8조 2,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연금을 받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735만 명이었던 연금 수급자는 2028년 934만 명으로 199만 명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 가입자는 2,205만 명에서 2,141만 명으로 64만 명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연금 지출이 폭증하는 반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동 가능 인구는 급감하는 구조적 문제가 현실화한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30년 먼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국민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일본 역시 2000년대 초반, 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거세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04년 ‘100년 안심 연금’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핵심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이었다.

먼저, 일본은 연금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2004년 13.5%였던 연금 보험료율을 매년 0.3%포인트씩 올려 2017년 18.3%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연금 재정을 안정화하는 한편,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인 조정을 진행했다. 반면 연금 급여는 경제 성장률과 인구 변화를 반영해 자동으로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가와 임금이 오르면 연금 수령액도 오르지만, 인구 감소나 경기 침체 시 연금 지급액이 자동 조정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개혁의 효과는 컸다. 일본 정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연금 재정 검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일본 후생 연금 적립금은 2115년까지도 고갈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연금 개혁을 통해 최소 100년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도 연금 개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조치로 노인 연령 기준 상향과 완전 적립식 도입 논의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점진적으로 75세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노인 연령이 높아지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조정도 가능해져 연금 지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또한, 현재 부분 적립식 구조인 국민연금을 완전 적립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완전 적립식은 가입자가 낸 만큼 연금을 받는 방식으로,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전환 비용이 막대하다는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 개혁이 18년째 제자리걸음을 걷는 이유 중 하나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구조로는 고갈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표 떨어지는’ 국민연금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적자 전환이 불과 2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더 이상 개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2004년 국민적 논의를 거쳐 개혁을 단행하며 연금 재정을 안정화했다. 한국도 ‘누가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연금 개혁이 불가능하다. 연금 개혁이 또다시 미뤄진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