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이건희 친분
대한생명 인수 조언 구해
“가르쳐주시면 잘해보겠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에만 경영 현장을 8번이나 찾으면서 그룹 승계를 앞두고 부친 경영 수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가 찾는 산업군에 맞는 아들 3형제 중 한 명을 대동하는 모습을 보이며 ‘승계 중간 점검’이라는 시각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는 아들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한 재계 인사 중 한 명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29살의 나이로 부친을 여의고 한화그룹에 취임해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은 29살의 나이에 취임해 외로운 경영자의 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다. 다만, 그가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친형님처럼 모셨던 인물이 있다. 이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다.
지난 2020년 이건희 회장이 타계했을 당시 가장 먼저 조문을 온 재계 인사는 김승연 회장이다. 특히 그는 빈소를 찾으며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다”라며 “이건희 회장님을 친형님같이 모셨다”라고 발언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들은 실제로 생전 관계가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은 10살 위 터울인 이건희 회장을 경영 멘토로 생각하며 자주 조언을 구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로 총수에 오른 김승연 회장이 중대사를 결정하기에 앞서 형님뻘인 이건희 회장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해 여러 모임을 통해 가까워졌으며, 생전 부부 동반 모임, 골프, 송년회 등 사석에서 따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건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의 사이는 한 일화로도 알아볼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02년 대한생명 인수를 앞두고 이건희 회장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승연 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향해 “금융업에 대한 노하우를 가르쳐주시면 형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잘 해보겠습니다”라며 ‘지도’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이건희 회장의 조언에 따라 대한생명을 인수한 그는 사명을 한화생명으로 바꾸고 현재 삼성생명에 이은 한국 생명보험 업계의 2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즉, 이는 이건희 회장이 알려준 노하우를 기반으로 업계 2위로 성장시킨 것이다. 이후에도 김승연 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존경한다는 뜻을 자주 밝혀왔다.
또한, 두 사람의 돈독한 인연은 인수합병(M&A)에 일부 영향을 미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한화 그룹은 삼성테크윈·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탈레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토탈·한화임팩트·한화시스템) 등 방산·화학 부문 4개 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수 규모만 2조 원이 넘는 대형 M&A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조 원대 빅딜이 3개월 만에 빠르게 성사될 수 있던 데는 두 사람의 두터운 신뢰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이건희 회장이 김승연 회장의 멘토 역할을 하는 등 아주 친한 사이로 알고 있다”라며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 실장에 경영 조언을 해줄 정도로 사이가 좋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4주기를 맞은 이건희 선대 회장의 추도식에는 지난 2022년 이건희 선대 회장 2주기에 직접 참석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 비전 총괄이 조화를 보내 이건희 선대 회장을 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3월 29일을 기점으로 김승연 회장은 올해만 8번이나 경영 현장을 찾아 임직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문 당시에는 김동관 부회장과 동행했으며, 한화 로보틱스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김동선 부사장과 동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한화생명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는 김동원 사장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3형제의 경영 현장을 모두 찾은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 한화인터스트리얼솔루션즈, 한화자산운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 공장, 한화오션 시흥 R&D 캠퍼스 등을 잇달아 방문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현장 경영에 나설 때마다 아들 중 한 명과 동행해 계열사별 승계 구도를 명확하게 하는 동시에 경영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사실상 김승연 회장이 승계 수업에 나선 것이다. 이에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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