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천 신항 부두 공사
정주영 회장에 유조선 공법 자문
과거 서산 간척지 개발에 쓰여
지난 2021년 5월 첫 삽을 떴던 ‘인천 신항 1~2단계 컨테이너부두 하부공 축조 공사’에 ‘정주영 공법’이 쓰인 것으로 알려져 과거 서산 간척지 개발에 쓰였던 해당 공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완공된 1-1단계 부두는 옆 더 큰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1~2단계 부두 공사는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현대건설과 호반 산업 등 총 10개 건설사가 이를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중 현대건설이 전체 공사의 40%를 맡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5월 첫 삽을 뜬 뒤 지난해 7월 핵심 공정인 케이슨(Caisson)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슨이란 수중 구조물이나 기초를 구축하기 위해 만든 속이 빈 콘크리트 구조물로, 항만 인프라 공사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를 말한다.
당초 이 케이슨은 세계 부두 공법의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기존에 부두 옆 별도 용지나 바지선 위에서 케이슨을 만들어 투입해야 했던 것과 달리 현대건설이 지난 2006년 완공한 광양항 부두 공사 때부터 색다른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듯 케이슨을 연속 타설로 찍어내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당초 198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한 케이슨 공법을 지난 1983년 리비아 항만 공사 당시 케이슨을 처음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국내에선 1990년대부터 현대건설이 앞장서서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도입한 방식은 일단 바닥 판을 먼저 만들고 벽체를 세운 뒤 콘크리트를 양생한다. 이어 이를 물 위에 뜨는 선박 거치 설비인 플로팅 도크에 선적시켜 바닷물 위에서 이동시킬 수 있어 현대건설은 인천 남항에서 케이슨을 만든 뒤 아래쪽 뱃길 30㎞ 거리의 인천 신항으로 옮겨가며 공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플로팅 도크에 물을 채워 도크가 가라앉으면 케이슨만 물 위에 뜨기 때문에 이후 흙과 모래로 케이슨 속을 채워 서로 이어 붙이는 방식이 가능해졌다. 덧붙여 인천 남항엔 시멘트 회사가 있어 여기서 공수한 레미콘으로 케이슨 제조가 훨씬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정규 현대건설 사업 수행 팀장은 “케이슨을 공장형으로 제조하면 기존 방식 때보다 공사 기간은 절반으로 줄고 품질은 더 좋아진다”라며 “이번 인천 신항 1~2단계 부두 공사에 투입되는 케이슨은 국내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의 공사 방식이 주목받는 것은 이 방식이 과거 정주영 회장이 서산 간척지를 만들 때 대형 선박 2대로 바닷물을 막은 뒤 바닷물을 메워 조성한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부두 공사에 활용되는 케이슨은 지금도 업계에선 정주영 공법으로 통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창업 회장인 정주영은 충남 서산시 부석면 일원을 간척지로 조성하기 위해 지난 1982년 공사를 시작해 1984년 2월 서산 간척지를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사업은 6.4km에 이르는 방조제를 만드는 과정 중 아무리 거대한 암석을 퍼부어도 초속 8m가 넘는 물살에 휩쓸려 가는 상황을 맞닥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은 스웨덴에서 들여온 23만t짜리 초대형 유조선(폭 45m, 높이 27m, 길이 322)을 가라앉혀 유속을 늦추는 기발한 발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건설이 주도한 해당 공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한편, 정주영 회장의 기이한 발상에서 시작된 ‘정주영 공법’은 한때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에도 소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영국 템스강 하류 방조제 공사를 맡았던 세계적인 철 구조물 회사도 현대 건설 측에 유조선 공법을 자문한 바 있다. 즉, 해당 공법이 건설업계에서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것이다.
이에 지난해 서산 간척지에 정주영 회장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서산시에서 현대 측에 시의 구체적인 구상을 담은 공문을 보냈으나 사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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