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 도입
3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400조
은행·증권·보험 고객 쟁탈 나서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400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기존에 투자하던 자산을 번거롭게 매도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현물이전(실물 이전)’ 제도가 이달 말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증권가에는 고객 쟁탈 전쟁을 준비 중이다. 현재 적립금 기준 퇴직연금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는 은행들은 기존 고객 지키기에,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투자상품을 내세워 고객 빼앗기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31일부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다. 현물이전 제도는 기존 가입자가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를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는 A 은행을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던 사람이 B 증권으로 자산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투자상품을 중도에 해지하여 현금화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번거로운 과정 탓에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러나 이달 말 현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 이러한 부담이 사라져 과거보다 쉽게 퇴직연금 사업자 변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덩달아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400조 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은행이 보유한 적립금은 210조 2,811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인 52.56%를 차지한다.
반면 증권사와 보험사의 적립금은 각각 96조 5,328억 원, 93조 2,654억 원으로 은행권 대비 저조한 상황이다. 수치로 따지자면 증권사와 보험사는 각각 전체의 24.13%, 23.31%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권은 기존 고객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증권사와 보험사는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대결 구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고객을 겨냥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은행·보험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고 있지만, 증권사의 적립금은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약 7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는 예·적금보다는 주식과 같은 실적 배당형 상품을 선호하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증권사에 다수 가입해있다는 의미다. 증권 업계는 최근 몇 년 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데다가, 본격적으로 금리인하가 시작되면서 퇴직연금 운용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2023년) 국내외 증시가 오르면서 실적 배당형 비중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증권사의 수익률이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 업권별 수익률은 증권사가 7.1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은행사 4.87%, 손해보험 4.63%, 생명보험 4.37%가 뒤를 이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개별 증권사들은 저마다 고객 확보를 위해 방안을 내놓는 상황이다. 증권사 가운데 적립금이 가장 많은 미래에셋증권(27조 3,755억 원)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자산 배분과 같은 서비스를 지원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은행사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분주하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신한은행(42조 7,010억 원)은 펀드 상품 수를 현재 358개에서 413개로 대폭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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