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명예훼손 혐의 고소 취하 조건
“5만 원권으로 1억 가져와라”
최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사 커뮤니티 게시판에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올린 의사 회원에게 합의금 1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에 따라 파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임현택 회장 측은 애초에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일 의료 전문 매체 ‘의학신문’은 임 회장이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에 자신을 비방하는 글을 쓴 의협 회원 A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뒤, 처벌 불원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현금 1억 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A 씨는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 4억 원을 ’슈킹‘했다’는 게시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는데, 의협은 ‘허위 비방글’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슈킹’은 남의 돈을 가로챈다는 의미의 속어를 말한다. 이보다 앞서 의협은 지난 7월 고소장을 접수했고, 수사 과정에서 IP 추적 등을 통해 비방 글을 올린 사람은 서울시의사회 임원 A 씨로 드러난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정체가 드러난 A 씨는 지난 10일 의협을 찾아 임 회장에게 사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 씨는 사과문을 통해 “전공의 지원금 제공 건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표현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며 송구스럽다”며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A 씨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임현택 회장은 “이 건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 “(피해보상 차원에서) 합의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합의금 전액을 5만 원권으로 한꺼번에 직접 달라고 발언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한, A 씨가 돈을 주지 않자 지난 22일엔 직원을 시켜 독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 합의금을 둘러싼 임현택 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의협 측은 “임 회장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실제 돈을 요구한 게 아니라 A 씨의 잘못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의협은 “전공의 성금 관련 허위 비방 문제는 임기 초부터 일각에서 의협 집행부를 악의적으로 공격해 왔던 허위 사실”이라며 “임 회장은 전공의 지원사업에 마음을 다하기 위해 첫 달 월급을 기부하는 등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했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임 회장을, 성금을 횡령한 도둑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의협회장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감내하기 힘든 문제였다”면서 “특히 A 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점은 절대 간과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협 측은 “전공의 성금에 대해 허위 비방을 한 이들에 대해서는 응당 책임을 묻고 징계할 것”이라고 밝히며 A 씨를 중앙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엄중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단체의 입장 표명이 이어지면서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법정단체인 의협은 대의원 40% 이상이 동의한 회장 불신임안이 발의되며 내홍까지 깊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날 의대 교수 모임인 전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현재로선 참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의비 관계자는 “2025학년도 정원 논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의대 교수 모임인 전국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전날(23일) 밤 정기 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의교협 측은 회의 후 “협의체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학생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료계 단체로 구성돼야 하고 정부도 의료 대란을 촉발한 당사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공고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임현택 회장은 탄핵 위기에 몰리며 의사단체의 내분이 확산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는 임현택 회장이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는 이유로 의협 내부에서 탄핵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취임 5개월을 맞은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이날 의사 회원 고소 사건 발언과 더불어 탄핵안 발의가 함께 이어지면서 의협 내부에서 그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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