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중산층 40% 하층 인식 문제
상류층과 격차 851만 원 수준
IMF 사태 이후 점진적인 경제성장으로 중산층 비중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속 중산층과 상류층 간의 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이는 상류층 소득이 중산층보다 훨씬 빠르게 늘면서 전체 중위소득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중산층에 위치한 이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9일 발표한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에 월 소득 700만 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중 자신을 하층이라고 여기는 비율이 12.2%로, 상층이라고 여기는 비율 11.3%보다 크게 나타났다. 더불어 보고서에 따르면 중산층의 40%가 “소득이 높아도 내 집이 없다면 중산층으로 보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했다고 확인됐다.
당초 OECD의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의 75~200%로, 이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00만~1,100만 원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를 OECD의 기준으로 묶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소득보다 자산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이 가진 부동산 자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기준이 있다고도 알려졌는데 “자동차는 그랜저 이상, 아파트 한 채 보유, 해외여행 1년에 1번 이상”과 같은 기준은 상대적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어 매일경제의 조사 결과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3분위 가구의 경상소득은 지난 2022년 기준 월평균 449만 원인 반면 상류층인 소득 5분위의 경상소득은 월평균 1,300만 원 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3분위와 5분위의 사이에 있는 4분위 경상소득은 월평균 676만 원으로 확인됐다. 3분위와 5분위 사이의 소득 격차는 851만 원으로, 4분위와 5분위의 소득 격차 역시 624만 원으로 통계 집계 이후 역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매일경제가 조사한 통계는 지난 2022년 기준이기 때문에 2년여가 지난 현재는 최소 두 배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월 평균 임금 격차를 조사한 240만 원,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과 300인 미만 기업 간의 월 평균 임금 차이가 288만 원으로 조사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근로소득의 격차가 커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산업 구조 역시 양극화되면서 임금 근로자 사이에서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경우 중위소득 50~150%를 중산층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지난 2011년 중산층 인구 비중은 54.9%에서 지난 2022년 62.8%로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중산층과 상류층 사이의 소득장벽이 두꺼워졌다는 점이다. 상류층과의 소득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면서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이 지난 2011년 조사된 월 173만 원에서 지난 2022년 조사된 288만 원으로 66.4% 늘어났으며, 이는 중산층 인구의 증가 속도 17%를 훌쩍 넘은 수치다.
이와 더불어 SNS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NS에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SNS를 통해 오는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하더라도 남들과 비교하게 되면 자신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실제로 월 평균 소득이 700만 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저기 쓰고 나니 남는 게 없다. 쪼들려도 괜찮았는데,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니까 내가 중산층은 아닌 것 같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이처럼 상대적인 기준을 통해 소득 수준을 평가한다면 그 누구도 상류층이 될 수 없으며 인식 괴리로 인해 생기는 문제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설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스로를 한 계단 이상 낮춘 계층으로 파악하는 경향은 상대적인 기준을 적용하거나,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잣대를 적용한 탓이다.
더불어 상류층과의 소득격차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와 중산층 이하 세대에게 동일한 세금을 적용하는 방식 등을, 차등 세금 부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고액 자산가에 대해서 적정 세금 부담을 지게 하고 중산층 이하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