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서 점진적 후퇴
테슬라, 중국 투자 확대
엇갈린 전략, 이유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미국 대표 기업들의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애플은 점진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두 기업의 다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폰 신작 효과로 매년 4분기 선두를 달렸지만, 현지 제조사와의 경쟁에 밀리며 ‘4분기=애플 1등’이라는 불문율이 3년 만에 깨졌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2023년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9%에서 15%로 떨어졌다. 아이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2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 내 애플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중국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아이폰 최대 생산 기지로 알려진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생산 인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Foxconn)도 인력 감축을 진행하면서 중국 내 생산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모양새다.
반면 애플은 미국에 5,000억 달러(약 714조 원)를 투자해 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중국 중심에서 다변화하려는 전략을 명확히 드러냈다.

또한, 애플의 수익 구조가 점차 변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서 후퇴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하드웨어 판매가 주요 매출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과 같은 서비스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데이터 보안법 등의 규제로 인해 애플의 서비스 부문이 제대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 중국은 과거처럼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밖에 없다.

반면, 테슬라는 중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인 풀셀프드라이빙(FSD) 기능을 중국 시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이는 중국 정부가 테슬라를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모델Y 생산을 개시했으며, 대형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메가팩토리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글로벌 매출의 36%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다. 이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국이 테슬라에게 대체 불가능한 시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과 달리 테슬라는 하드웨어(자동차) 판매가 주 수익원이며, 단순한 생산 기지가 아닌 주요 소비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테슬라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급성장이 테슬라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BYD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넘어섰으며, 중국 정부도 BYD를 더 우호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앞으로도 중국에서 같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과 테슬라는 같은 미국 기업이지만, 각자의 사업 모델과 수익 구조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애플은 서비스 부문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중국의 규제가 부담되지만, 테슬라는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애플의 중국 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테슬라는 당분간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비야디 등 현지 경쟁업체와의 경쟁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기업의 향후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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