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장 초반 2,500선 하향
2020년 3월 이후 약 5년만
공매도 전면 재개 영향 촉각

3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가 전면 재개한 가운데 코스피가 공매도 재개 첫날인 오늘 장중 2,500선이 붕괴돼 충격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장중 2,500선을 하향 이탈한 것은 지난달 10일 이후 약 두 달 만의 일이다. 공매도는 이날 2023년 11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이후 약 17개월 만에 재개됐다. 더하여 모든 상장 종목에 공매도가 허용되는 건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 당국은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시장 변동성을 우려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 이후 2021년 5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만 공매도를 부분 재개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023년 11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이유로 공매도를 다시 전면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주식을 빌린 물량인 대차 잔고는 빠르게 증가했다. 여기서 대차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보유 중인 물량을 뜻하는데,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3년 11월 20억 주를 넘어섰던 대차 잔고 주식 수는 작년 8월 12억 주쯤으로 급감했다가 28일 20억 4,306만 주까지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대차 잔고 금액도 작년 8월 45조 원에서 28일 66조 6,401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개별 종목을 보면 공매도 재개 전 일주일간(24~28일) LG에너지솔루션(4,251억 원)의 대차 잔고 금액이 가장 많이 늘었고, 카카오(1,337억 원), 에코프로(1,173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21억 원), 알테오젠(1,118억 원) 등이 뒤를 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대차 잔고가 늘었다고 반드시 공매도가 몰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대부분은 공매도 금지 전에 공매도가 활발했기에 공매도 재개 이후에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 상황은 어떨까? 31일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60.02포인트(2.35%) 내린 2797.96를 기록 중이다.
더하여 지수는 전장 대비 44.54p(1.74%) 내린 2513.44로 출발한 후 낙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미국발 관세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매도 재개 불안감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시작되면 주가 변동성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이 흔들리면서 지수도 방향성을 잃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287억 원 순매도하고 있고 개인과 기관이 1,883억 원, 318억 원 순매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5,751억 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삼성전자는 1.99% 하락한 5만 9,0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지난주 유지하던 6만 원대를 반납한 것으로, 최근 일주일간 대차거래 잔고가 급증했던 삼성전자를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모두가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더하여 같은 시각 같은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2.91%(5800원) 떨어진 19만 3,500원에 거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대형주가 일제히 무너진 것은 공매도 재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주 기준 대차잔고 증가율이 높은 대형주들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것이란 심리적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공매도가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자금 유입을 유인하는 효과를 보이겠으나 당장의 단기 충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주와 가격 및 밸류에이션이 높은 업종이 공매도의 타깃이 될 우려가 있고, 이런 심리적 불안감이 수급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한다.
더하여 장기화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역시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방향에서 하방 압력을 국내 증시가 마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이러한 영향이 지난주에 이미 선반영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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