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원룸 평균 월 97만 원
월세 1년 새 12.4% 늘어
전세 대출 규제가 원인

사상 최초로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전체 전월세 시장의 절반을 넘어섰다. 부동산 플래닛이 27일 발표한 ‘2024년 서울시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및 전·월세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세 거래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의 절반을 넘어선 54.4%를 기록했다.
전세 거래는 6만 2,657건으로 전년보다 12.4% 급감했지만, 월세 거래는 7만 4,658건으로 12.4% 급증했다. 이로써 전세는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월세 거래는 6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다.

원룸과 오피스텔, 아파트 등의 다른 거주 유형에서도 마찬가지다. 원룸의 경우 서울 주요 대학가 중심으로 빠르게 월세화를 보인다. 30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면적 33㎡ 이하·보증금 1,000만 원) 평균 월세는 60만 원, 관리비는 7만 9,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월세(59만 9,000원)는 0.2%, 관리비(7만 1,000원)는 11% 올랐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전세 사기의 여파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2월 기준 보증금 1,000만 원 조건에서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67만 원, 강남구의 경우는 월세 97만 원으로 평균보다 30만 원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요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주거 공간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은 오피스텔의 경우, 월세가격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국·수도권·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각각 5.45%, 5.35%, 4.9%로, 2020년부터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치다. 빌라에 이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도 올해 초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웃돌았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가 지난 1∼2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 거래는 1만 5,865건, 월세는 1만 6,570건으로 월세가 705건 많았다.

이 같은 전세의 월세화는 3~4년 전 절정에 달했던 ‘갭투자 광풍’에 따른 전세 ‘사기’ 여파와 관련이 깊다. 1인 가구 증가, 높아진 대출 문턱, 주식·코인 등 젊은 층의 금융자산 투자 선호 등도 ‘월세 시대’를 가속하는 요인이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에서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세가 확산하고 금액도 점차 고액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은행과 부동산 회사 등 외국계 자본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다. 그간 유일무이한 전세제도로 인해 기업형 임대 사업이 활성화하지 못했는데,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이 같은 제한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부동산 업계는 앞으로 외국계 자본의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 같은 자본의 유입이 월세 전환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업형 임대가 시장에 정착한다면 일반 아파트도 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가파른 월세화로 기업형 임대 시장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지만,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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