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
직원들은 전원 재택근무

최근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일부 입점사에 대한 판매 대금 정산을 제때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점사를 중심으로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란은 입점사별로 일주일, 15일, 한 달 단위로 정산을 진행해 왔으나, 정산 주기가 돌아온 일부 입점사에 대해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발란은 자체 재무 점검 중 정산금 과다 지급 등의 오류를 발견해 재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란 측에서는 이번 정산 지연이 유동성 문제로 발생했던 티메프 사태와 다르다고 주장하며, 지연이자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서 모노그램, 티메프, 알렛츠 등 쇼핑 플랫폼이 모두 정산 지연을 시작으로 폐업 또는 기업회생에 이르렀기에 입점사들의 불안은 쉽게 종식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발란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입점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2023년 발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023년 9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77억 3,000만 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접어들었다.
단기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유동비율도 좋지 않은 상태다. 2023년 발란의 매출은 392억 원으로, 유동자산은 56억 2,000만 원에 불과하고 유동부채는 138억 1,000만 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인 유동비율은 40.7%에 불과하다.

발란은 지속적으로 자금 조달을 시도했으나, 경기 침체로 인해 명품 수요가 줄고 티메프 사태 등으로 쇼핑 플랫폼에 대한 우려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란은 2년 전 3,000억 원이던 기업가치를 290억 원으로 떨어뜨리면서 화장품 유통기업인 실리콘투에 약 150억 원의 투자금을 지급받았다. 우선 75억 원을 즉시 투자하고, 나머지 75억 원은 2025년 11월부터 조건부로 집행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발란이 투자 유치 후 투자 조건 중 하나인 직매입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입점사들의 거래액이 줄자, 현금 흐름이 악화하며 이번 미정산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선 발란이 기업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발란 입점 판매자가 발란 사무실의 컴퓨터에서 ‘회생 관련 제출 자료’ 파일이 있는 화면을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발란 관계자는 해당 사진과 관련해 “현재 내부적으로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라며 “기업회생 절차 파일이 있던 노트북은 법무팀장 노트북으로, 대부분의 내부 직원도 몰랐던 부분이라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발란의 정산 대금 미지급 문제로 다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캐치 패션, 디코드, 럭셔리 갤러리 등 많은 명품 플랫폼이 사업을 중단하면서 시장 전체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머스트잇과 트렌비 두 회사에서는 재무 상황을 공개하거나 선정산을 지급하겠다며 재무 안정성을 공개하면서 입점자들을 안심시키는 모양새다.

트렌비는 “2024년 결산 재무제표에 따르면 당좌자산은 약 8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파트너 정산 예정 부채 35억 원을 빼면 현금성 안전자산은 약 45억 원으로 파악된다”라며 “파트너 지급 예정 건의 2.3배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머스트잇은 판매자 공지를 통해 “많은 파트너사가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리고자 선정산을 진행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