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자들이 대피소에서 ‘라이브 방송’ 켠 이유

안동 주민 대피소에서 ‘라이브 방송’
“염치없지만 도와달라” 절실한 호소
별풍선으로 후원금 보내는 시청자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안동 산불 현장에 달려간 한 유튜버의 실시간 방송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25일 유튜브 채널 ‘무대뽀조성근’을 운영하는 A 씨는 안동 산불 현장에서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숲·구 아프리카TV)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영상에는 안동시 길안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정근수 회장이 등장해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물품들이 너무 부족해서, 염치없지만 제발 도와달라”며 눈물을 보인 정 회장은 수백 명의 이재민이 대피소에 모여 있지만 자원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평균 한 끼에 700인분 정도가 소요된다”며 “만약 장기전으로 가면 27일부터는 준비할 능력이나 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며 울컥 눈물을 쏟았다.

특히 정 회장은 “정말 절실하게 부탁 좀 드리겠다. 좀 도와달라. 주민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 마을이 다 타고 있다”며 간절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현재 안동시에는 수십 채의 가옥이 화재로 소실되고, 역사적 문화재들도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은 학교 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한 상황이다. 이재민들은 갑작스러운 대피로 필수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라이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현장에 갈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후원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3월 25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약 380만원을 모았다.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는 모금된 후원금 전액을 길안면 소방본부의 소방대원 및 공무원들의 저녁 식사비로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림청은 25일 오후 4시 전국 모든 지역에 대해 산불 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발령한 상태다. 21일부터 시작된 영남 지방 산불로 26일 오전 9시 기준 최소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며,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약 1만 4,694㏊로 추정되고 있다.

재난 당국의 대응에는 미흡한 점이 드러나고 있다. 체계 없는 재난 문자와 뒤늦은 대피 지시로 피해가 확대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망자 상당수는 대부분이 고령으로, 상황을 알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대피를 시도하다 차 안이나 도로에서 변을 당했다. 영덕에서는 주민 104명이 대피 중 항구와 방파제에 고립되기도 했으며, 대피 장소를 안내한 지 5분 만에 변경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현재 정부 지원이 미처 닿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는 식품과 생필품을 모아 직접 대피소로 전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사상 초유의 산불로 국가적인 대형 재난을 맞은 상황, 소셜미디어가 피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신속한 지원을 끌어내는 중요한 통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