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상급병원으로 차출
복무기간 36개월로 육군의 2배
매년 줄어드는 공보의, 65% 급감

의료 취약지인 농어촌의 노인 진료 등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곳은 바로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와 보건지소다. 그러나 해당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의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42명이었던 신규 배치 의과 공보의는 지난해 255명으로, 4년 새 약 65%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치과·한의과를 포함한 경북 지역 공보의도 2022년 518명에서 지난해 433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새로 들어온 의과 공보의는 복무 만료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심한 곳은 전역자의 절반 수준으로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의료 인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대체로 육군보다 긴 복무 기간과 적은 수준의 월급에 비해 인력 부족으로 가중된 진료 부담을 꼽았다.

특히 의정 갈등으로 인해 전공의 대규모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병원 곳곳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지방에서 근무 중인 공보의를 데려다 투입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해 보건소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특히 경상북도의 경우, 의사가 아예 없는 보건의료기관만 94곳에 달한다.
이에 해남군 보건소의 경우 의과 공보의 5명이 2023년 처음으로 보건지소 10곳을 순회 진료한다. 충북 옥천군 보건소는 의과 공보의 3명이 보건지소 8곳을 도맡는다. 한 명의 공보의가 보건지소 두 곳 이상을 오가며 진료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 부담에도 공보의의 월급은 200만 원대로 최저에 가깝다. 일반 개원의가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의과 공보의는 육군 병사보다 군 복무 기간이 2배 이상 길다는 점도 공보의의 감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육군 일반병의 복무 기간은 18개월이지만, 공보의·군의관은 37~38개월이다. 의대생 병역은 크게 ‘현역’ 아니면 ‘공보의·군의관’이다. 의대생 때 군에 다녀온 사람 등을 제외한 전공의 대부분은 ‘의무 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육군 등 일반병으로 입대할 수 없다.

과거에는 병역의무로 ‘공보의·군의관’을 택하는 의대생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병사의 생활이 향상되면서 일반병을 택하는 의대생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이 군에 다녀오지 않은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전공의 1,39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74.7%(1,042명)가 일반병 입대 의사를 표했다. 이 중 89.5%는 “공보의·군의관 복무 기간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실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현역병으로 입영한 의대생 인원이 예년 대비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공개한 병무청 답변에 따르면 10월까지의 2024년 의대생 현역병 입영 인원은 총 1,194명, 사회복무요원은 139명이었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복무 기간 단축을 포함한 전격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또한 그는 “1,333명마저도 과소 추계한 수치이며 의대생 현역 입대는 의대 졸업 후 계속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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