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 사이 59.6% 급증
관련 체계 없어 처벌 어려워
출연금 관련 제도 개선해야

10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공익사업을 위해 공공기관과 지자체·민간사업자 등에 지원한 출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53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33조 4,000억 원에 불과했던 2018년과 비교해 59.6% 급증한 금액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정부 예산 증감률인 53.1%를 웃돌았다.
정부는 현재 국가재정법 12조에 따라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민간 등에 출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수행, 공공 목적을 수행하는 기관의 운영 등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 출연이 가능하다. 실질적으로 보조금·출자금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올해 정부로부터 650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받았다. 2017년 KOICA에 배정된 출연금은 329억 원에 불과했다. 8년 만에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출연금 예산이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보조금과 달리 정부의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출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해당 법에는 사후 관리 체계가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그 때문에 자금 횡령이 일어나도 처벌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대표적 재정 누수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법 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출연금은 지급받은 뒤 목적 범위 내에서 사용되어야 하지만 개별 법령에서는 범위 자체가 넓게 규정된 경우가 많다”라며 “사실상 출연 기관의 이사회를 거쳐 사용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처벌과 제재에 관한 규정이 전무해 자체 감사에서 횡령 사실이 발각되더라도 해당 금액을 되돌려주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외교부 산하의 준정부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과거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출연금이 부적절하게 사용된 적도 존재한다. KOICA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하는 ODA 사업의 경우, 민간단체의 국제 협력 활동으로 보조금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B사의 회사원으로 근무하는 A 씨는 기업청이 제공하는 창업 인턴 지원금을 부정하게 받기 위해 허위 서류를 제출하고 지원금 1,6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벌금형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이 같은 판결을 뒤집었다. 보조금과 출연금의 성격이 같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청이 2016년 예산을 편성할 때 창업인턴제 사업 예산을 ‘출연금’으로 정했고, 실제로도 창업인턴제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예산을 출연금으로 계상·집행했다”라며 “때문에 보조금법 제2조 제1호가 정한 ‘보조금’으로 볼 수 없어 거짓 신청의 방법으로 인턴 활동비를 지급받은 이 사건의 행위에 대해서 보조금법 제40조 제1호를 적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등에 지급하는 출연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근무하는 한 분석관은 “일부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출연금 외에 법적 정산 절차가 없어 정확한 사용 내용 파악이 어렵다”라며 “예산의 효율적 운용을 저해하는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야 재정의 누수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