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울 양극화 심화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공급 과잉 영향
해운대, 수성구 등 인기 지역도 약세

지난해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이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월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타지역 거주자(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21.5%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연간 기준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반면 지난해 서울에 사는 사람이 지방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은 5.5%로 2023년(5.4%)보다는 소폭 증가했지만 7~8%대에 이르던 예년보다는 낮은 수치에 머물렀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지역 악성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로 공급이 과잉된 데다,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 정책으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불면서 비교적 안전 자산인 서울 주택으로 투자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 아파트들 못지않은 가격으로 거래되던 부동산 상급지들도 가격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중 대표적인 지역이 지방 지역에서 높은 집값을 자랑하던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다.

우수한 학군과 이국적인 경치를 자랑하는 해운대구는 부산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도 투자처로 인기가 높아 부산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일조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로 해운대구의 상황도 달라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해운대구는 지난해 말 대비 0.79%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해운대구는 올해 들어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 9위로 꼽혔다.
해운대구 아파트 가격은 2022년 6월 13일 이후 140주 동안 단 10주를 제외하고 꾸준히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25.09% 하락한 셈이다.

실제 해운대구의 인기 아파트 중에서는 약 10억 이상 떨어진 아파트도 있다. ‘우동 두산 위브더제니스 전용 168㎡’는 이달 11일 23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3년 12월 34억 2,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0억 4,000만 원이 떨어졌다.
해운대구 ‘우동 더샵센텀파크 1차 전용면적 151㎡’도 이달 6일 15억 500만 원에 매매됐다. 이는 과거 신고가였던 2021년 10월 거래가격인 24억 원보다 약 9억 원 하락한 가격이다.

대구광역시에서 우수한 학군을 자랑하며 ‘대구의 강남’이라는 별칭까지 존재했던 수성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성구는 전년 말 대비 0.77% 떨어지며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구 10위에 집계됐다.
지난달 10억 8,000만 원에 매매된 ‘수성구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 전용면적 130㎡’의 과거 최고가는 17억 7,000만 원이었다. 최고가와 최근 매매가를 비교해 보면 약 6억 9,000만 원 하락한 셈이다.
수성구의 대장 아파트로 알려진 ‘범어동 수성범어두산위브더제니스’의 경우도 2억가량 떨어졌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137㎡’ 아파트는 이달 15억 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말에 기록한 17억 6,000만 원보다 2억가량 내린 금액이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국의 주택 수요가 서울로 집중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서울 한강 변 고급 아파트를 중심으로 경기도와 지방 투자자들의 유입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율은 강동구가 27.3%로 가장 높았고, 광진구(25.6%), 은평구(25.3%), 금천구(24.7%), 영등포구(24.0%)가 차례로 그 뒤를 이으며 2006년 이래로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서초구(21.2%)와 강남구(21.5%)는 외지인 매입 비율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한 수치가 나타났다.
이는 강남권 및 서초구 아파트값의 급등으로 인한 현상으로 추측된다. 가격 면에서 접근이 가능하고, 한강 변과 인접한 강동구나 광진구의 아파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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