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청년 유출 인구 6,277명
산업·부동산 개발 시기 부자 탄생
섬유산업 쇠퇴로 1992년 몰락

과거 부자의 도시로 불렸던 대구 지역이 최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 사이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인구 유출이 심화하고 있어서 충격이다. 특히 대다수 청년은 열악한 연봉 및 복지 수준 등을 이유로 대구를 등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시 규모에 비해 부족한 일자리도 청년인구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대구 경북 지역 경제 동향’ 자료를 보면. 대구 지역 청년(20~29세) 유출 인구는 6,277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전년도 청년 유출 인구( 6,991명) 대비 소폭 줄어든 수준이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이 대구를 떠나고 있는 사실은 유명무실하다.
더하여 전 연령층의 유출과 유입 모두를 계산한 순 이동이 -4,712명인 것을 고려하면, 청년층이 다른 세대에 비해 유출 인구 규모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구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이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상황과 통한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대구 근로자의 2023년 기준 평균 연봉은 3,723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울산 4,960만 원, 서울 4,797만 원, 대전 4,216만 원, 인천 4,011만 원, 광주 3,806만 원, 부산 3,737만 원이 뒤를 이었다. 즉, 대구의 급여액이 가장 적은 것이다.
또한, 대구 지역은 청년층에 대한 고용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구 청년층 고용률은 47.8%로 전국 평균(60.4%)보다 12.6%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청년층 유출 문제를 기업 책임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지자체가 국영기업 유치와 문화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등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 수도권 취업을 선호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인 서울’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주입받은 영향도 크다. 사회적 평판을 고려해 지역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구 지역의 청년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기형적으로도 대구에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통계조사 결과나 나와 화제다. 2024 한국 부자 보고서(KB경영연구소)는 한국 부자를 ‘금융자산 10억 원(100만 달러) 이상 보유한 개인’으로 정의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금융자산 10억∼100억 원 미만’인 부자를 ‘자산가’, ‘100억∼300억 원 미만’인 부자를 ‘고자산가’, ‘300억 원 이상’인 부자를 ‘초고자산가’로 구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 중 70.4%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이 20만 9,000명으로 부의 집중도가 가장 높았고 경기(10만 2,000명), 인천(1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그다음으로는 부산이 2만 9,000명, 대구가 1만 9,000명으로 나타났다. 즉, 대구가 실질적인 부자 도시 3위를 기록한 것이다.

대구는 부자 도시 순위 3위인 동시에 가장 가난한 동네로 꼽힌다. 이는 통계청이 지역 소득 기준년을 개편한 결과 2022년 대구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2,965만 원으로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는 30년째 GRDP 꼴찌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구의 실업률은 3.6%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여기에 실업자 수는 4만 6,000명으로 6,000명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과를 방증하듯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대구 기업은 20개에 불과하며 중견기업은 122개로 전국 중견기업의 2.2%에 그친다.
한편, 대구에 부자들이 많이 사는 이유로는 과거 경제를 이끌어온 섬유산업이 대구에서 중점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섬유공업의 24.2%에 해당하는 149개 업체가 경북에 있었으며, 이 중 95개가 대구에 위치했다.

이에 따라 대구는 한때 섬유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었다. 이와 더불어 1981년부터 대구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도심 외곽으로까지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이 시기 투자에 성공한 이들이 부자가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며 대구에 산업 용지가 부족해지면서 대구에 자리 잡았던 대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게 됐다. 즉, 대구는 쇠퇴하는 섬유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에 실패했으며 서비스업 역시 고령화와 함께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없어 경제 성장이 저조한 상황에 닥쳤다.
이에 과거 부를 축적했던 부자들과 서민들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현재의 ‘부자 도시 3위, 1인당 GRDP 꼴찌 도시’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기형적인 도시로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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