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직원 희망퇴직
하루 만에 결정하라고 통보
회사 측 “부서장의 실언이다”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RPG(역할수행게임) ‘호연’ 개발팀 인원을 절반 이상 축소하기로 하면서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돌입한 가운데 희망퇴직 여부를 하루 만에 결정하라는 부서장의 실언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생계가 달린 문제를 24시간 이내에 결정하라는 회사의 태도에 이목이 쏠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4일 오후 공지를 통해 호연 개발팀의 희망퇴직 신청 절차를 공지했다. 총 170여 명인 호연 개발팀의 60%는 감축 대상자다. 인원으로 따지면 약 100명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호연 개발팀 부서장이 희망퇴직 여부를 하루 만인 지난 5일 퇴근 전까지 결정하여 신청하라는 지시가 있어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다만 이는 부서장의 실언으로 회사 지침은 아니라고 엔씨소프트는 해명했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한 관계자는 “4일 해당 부서장이 직원 리스트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5일까지 희망퇴직을 받으라고 각 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부서장의 실수이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설명에 따르면 희망퇴직은 오는 12월까지 받는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한 직원은 “한 개인과 가족의 생계가 달린 고민의 무게를 (회사는) 단 하루치로밖에 여기지 않았다”라며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어떻게 하루 만에 퇴직을 결정하라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호연 개발팀은 지난달(10월) 말 조직개편 과정에서 ‘TL'(쓰론 앤 리버티), ‘택탄’, ‘LLL’ 등 개발 조직이 분사한 것과 달리 임원기 CBMO(최고 사업 경영 책임자) 산하로 이동하여 본사에 잔류했다.
호연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원툴’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기 위해 올해 8월 출시한 신작이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면서 서비스 조기 종료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며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올해 3분기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엔씨소프트는 매출 4,019억 원, 영업손실 143억 원을 냈다.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것이다. 이어 당기순손실은 2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적자 전환 이유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3분기 영업비용은 4,162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다. 마케팅 비용은 487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80%,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났다.
올해 3분기 엔씨소프트의 지역별 매출은 한국 2,862억 원, 아시아 494억 원, 북미·유럽 282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로열티 매출은 381억 원이다.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하면서 2,534억 원의 준수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7.5% 감소한 수치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미래 경쟁력을 갖춘 게임 개발 및 신사업 부문을 독립하여 4개의 법인을 신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엔씨소프트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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