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앙부처 ‘청년인턴’ 채용
실질적 업무 안 해 퇴직률↑
공부하다가 퇴근 부지기수
정부 중앙부처가 채용한 ‘청년인턴’ 여섯 명 중 한 명이 ‘중도 퇴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각 부처가 청년인턴을 채용했지만, 사실상 맡을 수 있는 업무가 없어 방치에 가까운 대우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 부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각 부처가 채용한 청년인턴 1,237명(누적 집계) 가운데 계획한 3~6개월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퇴직한 이들이 200명으로 집계됐다. 수치로 환산하면 16.2% 수준이다.
청년인턴 중도 퇴직률이 가장 높은 부처는 국토교통부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에 채용된 청년인턴 82명 중 25명(30%)이 임기를 끝내기 전에 그만뒀다.
이어 해양수산부(29.9%), 중소벤처기업부(25.8%), 국방부(25%) 등이 퇴직률 20% 이상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인턴 2,220명 가운데 27명이 임기 중간에 퇴직을 결정했다. 이는 전체의 14.7% 수준이다. 더하여 전문가들은 4분기 기업 공채 시즌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청년인턴 중도 퇴직자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 중앙부처의 청년인턴 제도는 일반 청년에게 공무원이 아님에도, 정부 부처에서 임기 6개월 이하 단기 인턴으로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특히 이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정책으로 꼽힌다. 앞서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 2022년 10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정책을 추진하는 데 미래세대(청년)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라”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023년 1월 부처 합동으로 ‘청년 일 경험 활성화 방안’을 공시했고, 그해 2월 고용노동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청년인턴을 모집했다.
하지만 청년인턴 제도가 현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요인은 복합적이란 관계자들의 설명이 이어진다. 공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과장급 공무원들은 청년인턴 제도에 대해 “청년에게 공직사회 실무 경험을 쌓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판타지다”라고 평가한다.
중앙부처에서 업무하기 위해서는 공문 열람을 비롯해 상신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6개월 이하로 계약하는 청년인턴에게 이러한 권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부정적인 현장 반응이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청년인턴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일을 맡겼다가 추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공방 역시 복잡해진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더하여 실제 청년인턴을 관리·감독하는 사무관들도 난감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사무관은 “청년인턴에게 인사혁신처가 소위 ‘잡무’를 시키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왔는데, 아무리 봐도 시킬 만한 일이 없다”라며 “대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이나 공부하다가 퇴근하라고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하여 직장인 온라인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한 이용자가 올린 글이 화제 됐다. 올해 1월 이용자 A 씨는 “한전(한국전력) 청년인턴 사무 파트, 보통 나이대가 어떻게 돼요?”라며 “조카가 27살인데, 인턴 체험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은 편인가요?”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인턴으로 와도 현장 투입 안 시킴. 그냥 공부만 시키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최저시급 받는 독서실이다. 일 해봐야 복사하고 커피포트 물 받는 정도다”, “인턴으로 용돈 벌고 취준하라고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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