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테크 2030 인기
상품 구매 후 재판매
시장가격 교란 ‘악성 되팔이’
상품을 구매한 뒤 고가에 재판매하는 재테크가 20-30세대 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며 신종 부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니커즈(운동화)를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는 ‘스니커테크’ 열풍이 불며 가전업계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신발 관리기’를 앞세워 홍보하는 등 MZ 세대의 가장 기본적인 재테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재테크가 아닌 시장 가격을 교란하는 악성 되팔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니커테크(한정판 스니커즈 재테크)’는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작용하는 소비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특히 추첨을 통해 판매하는 한정판 운동화의 경우 가격이 수십 배로 뛰는 등 리셀러들 사이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는 제품이다.
실제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 ‘나이키 SB X 벤 앤 제리스 덩크 로우 청키 덩키’는 발매 후 3일 만에 가격이 1,630% 오르며 기존 발매가 12만 9,000원에서 국내 스니커즈 리셀 거래 플랫폼 ‘엑스엑스블루(XXBLUE)’에서 21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즉, 3일 만에 약 190만 원이 올라 차익을 남긴 것이다. 이어 나이키가 지난 2019년 11월 지드래곤과 협업해 818켤레 한정판으로 출시한 운동화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도 정가는 21만 9,000원이었지만, 리셀 시장에 300만~50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있는 제품 가격은 1,300만 원까지 오르며 높은 수익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기존 투자 방식과 달리 큰돈을 한꺼번에 들이지 않고도 20만 원대에 스니커즈를 구매해 100만 원대로 되팔더라도 5배 이상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MZ 세대들이 열광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큰돈이 없어도 되팔기를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란 심리가 스니커테크를 부추긴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니커테크의 열풍이 이어지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역시같이 몸집을 불렸다. 지난 2019년 기준 전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60억 달러, 한화로 약 7조 7,4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어 오는 2030년에는 300억 달러, 한화로 약 38조 7,100억 원의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리셀 플랫폼 ‘크림’은 지난해 12월 1조 206억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되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3년 사이 매출액 성장률이 165.9%로 알려지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어 크림은 일본 최대 한정판 거래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인 소다 인수로 인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16.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니커테크의 열풍이 이어지자, 각 기업에서는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전자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주도권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CHLEOI 4켤레까지 한 번에 관리가 가능한 2023년형 신발 관리기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탈취·건조·살균 기능을 통해 집에서도 손쉽게 신발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 2021년 첫 출시한 이후 신발 애호가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어 LG전자도 출시 계획을 밝힌 지 2년여 만에 지난해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를 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신발을 최적의 습도로 보관하고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내부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고 받침대는 턴테이블처럼 360도로 회전해 백화점 부띠끄 진열장처럼 신발을 더 고급스럽고 돋보이게 해준다는 장점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삼성·LG에 맞서 중견·중소 가전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쁜 것으로 파악된다. 굵직한 대기업들이 내놓은 제품과 달리 이들은 10만~40만 원대의 저가 제품군을 앞세워 ‘저가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 중 신일전자의 경우 신발 등을 건조할 수 있는 다목적 건조기를 선보였으며, 코오롱글로벌 역시 ‘샤클라 신발 관리기’를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스니커테크를 두고 “상품에 대한 애정도 없이 오로지 상품 가치만으로 물건을 사재기하고 그 가치의 몇 배가 넘는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한다. 최근 리셀이나 재테크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 실상은 암표상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되팔이 행위가 재테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구매를 방해할 정도로 사재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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