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출판계 예산 삭감
독서문화증진사업 60억도 증발
성인 독서율은 무려…
윤석열정부는 이공계 연구·개발(R&D) 카르텔을 철폐하겠다는 취지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전년 대비 50% 삭감이라는 막대한 예산 축소로 연구개발에 제동이 걸린다고 이공계는 호소한다.
이렇게 정부가 이공계만 괴롭히는 줄 알았더니, 문화예술계도 소리없이 예산 삭감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서·출판계 상황이 제법 처참하다.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독서·출판 관련 예산을 100억원 이상 삭감했다.
우선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을 지난해 8억 3,100만원에서 1억 6,000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13억원, 중소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7억원 등 20억원도 삭감됐다.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정책 개발 및 서비스환경 개선 52억원, 도서관 기반 조성 30억원, 도서관 실감형 창작 공간 조성 19억원이 삭감됐다.
가장 규모가 큰 건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사업 예산 60억원이다.
이러한 예산 삭감으로 지역 서점은 월 임대료와 관리비에 허덕이게 되며, 영유아들에게 좋은 책을 꾸러미 형태로 지원하는 ‘북스타트’ 등의 프로그램은 진행이 어려워진다. 일부 지역 도서관의 이용자들은 도서관 폐관이라는 불안에 떨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는 삭감의 이유나 삭감 예산이 어디로 사용되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출판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출판업계의 고충을 많이 공감한다”며 “우선 지난해 출판 관련 예산 100억 원 삭감 부분과 관련에 내년엔 순수예술 예산 확대가 목표이며,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출판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는 모호한 발언만 남겼다.
이 와중에 지난해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체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만 19세 이상 성인들의 연간 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1년 47.5%보다 떨어진 수치다.
문체부는 지난 2009년부터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라 2009년부터 5년마다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내놓고, 2021년 한 해에만 551억원의 예산을 쓴 바 있다.
일각에서는 거액의 예산을 들이는데도 독서율이 갈수록 떨어지니 예산 삭감은 피할 수 없던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는 성인 연간 독서율을 2028년까지 성인 독서율 50%, 연간 독서량 7.5권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유인촌 장관은 “제가 작년에 와서 보니 올해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며 “지금이 내년 살림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로, 내년 예산은 오는 6월에 정리된다. 올해 삭감된 만큼은 내년에 확실하게 확대시키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삭감됐던 예산을 다시 늘린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예산만큼이나 정책의 구체성이나 실효성을 챙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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