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사고가 철거 작업 도중이 아니라 안전 점검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장 안전조치가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27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고가도로 상판 콘크리트인 슬라브 절단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서소문고가는 지난해 9월부터 철거 공사가 시작된 상태였다. 서울시는 오는 7월 철거를 마무리하고 오는 2028년 새로운 고가도로를 개통할 계획이었다. 사고 당시 공정률은 약 89%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발생한 건 사고 당일 새벽이었다. 작업 과정에서 슬라브 일부에서 약 2.9㎝ 규모 침하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시는 추가 위험 가능성을 우려해 즉시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약 12시간 뒤인 오후 2시쯤 서울시 관계자와 안전진단 전문가,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 총 9명이 현장 구조 상태를 직접 점검하기 위해 투입됐다. 이들은 슬라브를 지탱하는 거더 사이로 들어가 구조 안전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검 시작 약 30분 만인 오후 2시 32분쯤 고가 상판 일부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사고 직후 “고가 일부가 붕괴돼 차량이 깔렸다”라는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당국은 오후 2시 4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해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구조 작업은 2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러나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결국 숨졌고 나머지 3명도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고가도로는 1966년 준공된 노후 시설이다. 하루 평균 약 3만 9,000대 차량이 통행할 정도로 서울 도심 주요 도로 중 하나였지만 오랜 기간 사용되며 노후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후 실시된 정밀안전진단에서는 구조적 위험 상태를 의미하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 D등급은 주요 부재 손상 등으로 인해 긴급 보수나 사용 제한이 필요한 수준을 뜻한다.
현재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을 중심으로 약 50명 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 상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 기관도 합동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다.

수사의 핵심은 침하 현상이 발견된 이후 현장 안전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여부다. 당시 현장에는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별도 지지대나 추락 방지용 안전장비 설치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울시는 현장 아래 철도가 지나가고 고압 전류까지 흐르는 구조상 크레인이나 지지대 설치가 쉽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침하 현상이 확인된 상황이었다면 추가 붕괴 위험을 고려한 안전 대책이 우선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안전 점검 중 구조물이 무너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침하 현상이 사전에 발견된 만큼 점검 인력에 대한 안전 대책도 함께 마련됐어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 중이며 고용노동부 역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검찰도 초동 수사 지원을 위해 전담팀을 꾸린 상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