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업계, 매출 감소 예정
트럼프 관세 영향
면세점 이용객 감소

면세점 이용객이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무역 전쟁으로 올해 명품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것과 더불어 미국에서도 관세로 인해 명품 수요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13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기관 번스타인은 최근 경제 불확실성과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 증가로 인해 올해 명품 업계 매출이 2%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기존 성장률 전망치 5%를 뒤엎은 전망이다.
한 명품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명품 시장 회복이 2026년까지 미뤄진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FT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보복은 명품 소비 양대 국가의 소비자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보복 소비’로 명품 소비가 크게 늘며 업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침체하고, 중산층 고객들이 지갑을 닫으며 명품 시장은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까지 더해지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통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리려 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장은 아무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중국은 협상을 원하고 있다”라며 “전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 측의 뚜렷한 응답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명품 업계도 다시 회복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그 자체의 영향에는 다른 산업에 비해 명품 기업들이 비교적 둔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T는 관세보다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명품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제작되며, 시계는 주로 스위스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유럽연합(EU)에 20%, 스위스에는 31%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이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번스타인 등 주요 투자기관들은 올해 명품 업계의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가 혼란을 야기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한 명품 기업 임원은 일주일 만에 미국 수출 상품 관세율을 세 차례나 변경해야 했다며 “신뢰 상실은 오래 지속되며 불확실성은 소비자 심리에 절대적인 독”이라고 이야기했다.
에르완 람부르 HSBC 이사는 “올해 샴페인 병 터지는 횟수가 말 그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 기업HSBC는 당초 올해 명품 업계의 유기적 매출이 2024년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는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명품 소비 확대를 근거로 명품 주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했으나, 최근 들어 이러한 전망을 철회했다.

한편, 면세점 이용객 감소가 명품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면세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년 줄어드는 면세점 이용객 수와 더불어 환율 상승으로 면세품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여행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지만, 면세업계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기준)은 전일 대비 10원 90전 오른 1,484원 10전에 거래를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1,496원 50전)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인 것으로 파악된다.
원화 가치 하락세도 가팔라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 3거래일 만에 환율이 50원이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여행 경비가 증가한 여행객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상승한 면세품 가격에 부담을 느끼며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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