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들, 술값 인하해
메인 메뉴 깎기 부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 최대치

가공식품·외식값 줄줄이 인상한 가운데 ‘물가 역주행’ 현상이 발생하는 업계가 존재한다고 전해져 화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상승했으며, 외식 물가도 3%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커피, 빵, 햄 등 주요 품목이 상승세를 이끌었고, 소비자물가 전체 상승률 2.1% 중 외식과 가공식품이 각각 0.42%P, 0.30%P의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롯데웰푸드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줄줄이 상품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으로 가격 인상을 미뤄왔으나 정치적 혼란과 정부 리더십 부재 속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전 올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면서 라면, 맥주, 냉동 생선, 수입 육류 등도 가격이 상승했다. 불경기로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술집을 향하지 않자, 일부 식당에서는 술값부터 내리는 ‘물가 역주행’ 현상이 일기도 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주(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해 9월(-0.6%) 이후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맥주(외식) 물가 등락률도 0.7%를 기록했으며, 이 또한 지난해 12월(-0.5%)부터 4개월 연속 떨어진 수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소주(외식)와 맥주 품목은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을 반영하여 집계되었다. 소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00년 1월 이후 2005년 7월(-0.8%)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또한, 맥주(외식)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1999년 7월부터 11월 이후 약 26년 만의 수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46개월째 전체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치를 보였다.
콜라나 사이다와 같은 음료 품목을 포함하는 기타 음료(외식) 물가는 지난달 1.3% 상승했으며, 소주와 맥주 등 주류에 해당하는 막걸리(외식) 물가도 2.5% 인상했다.

2023년 12월 주류 생산업체가 출고가를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식당에서의 소주와 맥주 물가는 상승세가 둔화하였을 뿐, 마이너스로 전환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술값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소주 반값, 맥주 무료 제공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식당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즉, 불황으로 손님이 감소하자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소주·맥주 가격을 인하한 것이다. 메인 메뉴 가격은 식품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7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된 식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라”라고 간부들에게 명령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열린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시된 사항을 직원들에게 전하며 “회의에서 최근 물가 상승으로 국민 생활이 어려워지고 힘든 상황인데,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담합 등으로 발생한 것인지 공정위가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이러한 지시는 올해 들어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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