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체계 개편
연구·일반직 1만여 명
일반연구직 노조 설립

최근 정치권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호봉제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현대차가 임금체계를 놓고 분열을 빚고 있다. 이는 앞서 현대차가 ‘호봉제 폐지’를 두고 개선 방안을 찾으면서 성과연동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 일부 직원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2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는 연구·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설명회가 진행됐다. 사측은 기존의 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연동 제도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 경우 임금에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설명하기 위해서 해당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 계열사 중 하나인 기아는 이미 지난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성과연동제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인사 평가에서 1등급에 해당하는 ‘O/O’를 받으면 매년 임단협에서 결정되는 기본급 인상분의 두 배를 받고, 2등급(O/E, E/O)은 1.5배, 3등급(E/E, O/M, M/O)은 1.25배를 적용하고 있다. 즉, 기본급이 매년 성과 평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날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남양연구소를 찾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제시한 임금체계 개편안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는 현재 성과와 역량 평가를 진급 등에 활용하고 있지만, 연봉에는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기본급은 성과 평가와 관계없이 임금·단체협약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일반직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개개인의 직무 역량과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요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이에 대해 “현행 호봉제를 유지할 때 기아와 동일한 인사 평가 등급을 받더라도 기본급 인상 금액에서 1.25~2배가량 차이가 발생한다”라며 “8년 후에는 기본급이 2,000만 원가량 차이가 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차의 입장에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며 임금체계 개편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이날 일부 직원들은 “’향후 임금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다”, “성과 평가를 도입한다는 거 자체가 무한 경쟁을 촉발할 것”과 같이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임금 개편 이야기가 등장한 지난해부터 노조 측은 임금 체계 개편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들은 임금체계가 개편될 때 재직자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릴 뿐만 아니라 임금 수준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임금 체계 개편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생산직의 경우 성과연동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경우도 발생했다. 즉,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자동차가 임금체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연구소 일반연구직이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일반연구직으로만 조직된 신규 노조 설립 가능성까지 높게 점쳐진다. 실제로 현대차의 일부 일반연구직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말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조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앞서 현대차는 성과 연동 임금체계 개편을 올해 임단협의 중점 추진 안건으로 상정했다.
다만, 노조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을 인상하면서도 기존 임금체계는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직무와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라며 “올해 임단협에선 현대차 노사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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